서울 한복판, 고요한 궁 안의 석조전에서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진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일반 초대장이 아닌 특별한 손님들이 이 자리를 채운다.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대상자 70여 명이 덕수궁 석조전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공간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포용과 동행의 무대’로 변한다.
오는 6월 25일 오후 7시, 덕수궁관리소와 금호문화재단이 함께 준비한 ‘석조전 음악회’는 ‘함께하는 동행’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이 공연은, 그동안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행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외계층을 위한 클래식 선물로 확장됐다.
이날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는 한국 클래식계의 선두주자들이다. 금호솔로이스츠 소속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김민지와 장우리가 연주하는 음악은 단순한 작품 해석을 넘어,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공연의 시작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이중주 1번, K.423’. 절제와 유머, 고전적 균형미가 조화된 이 곡은 서로 다른 악기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대화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아렌스키의 ‘현악 사중주 2번, Op.35’는 러시아 정교 음악의 깊이와 애수를 담은 작품으로,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첼로의 선율이 광복 80년을 맞은 한국 사회에 울림을 던진다. 분단과 상흔, 그리고 그 너머의 회복을 음악으로 직조해내는 순간이다.

이번 음악회는 일반 관람 신청 없이 초청 대상만 입장 가능한 ‘비공개 특별 공연’으로, 진정한 문화복지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화려한 티켓보다, 더 필요한 이들에게 향한 음악의 손길이 더 큰 감동을 만드는 자리다.
덕수궁관리소는 “음악이 사회적 경계 없이 모든 이에게 닿는 언어가 되길 바란다”며, “황실문화의 향유 기회를 넓히고, 다양한 계층이 문화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고궁의 밤, 클래식 선율 속에서 모두가 같은 시간, 같은 감동을 느끼는 이 장면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또 하나의 진심 어린 선언이다. 차별 없는 공감, 그리고 음악이 만드는 평등의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