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입양의 새 시대를 연다. 오는 10월 1일부터 국제입양은 더 이상 민간기관의 단순 연결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가가 중심이 돼 아동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국제 기준에 따라 엄격한 절차를 밟는다.

보건복지부는 6월 17일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Hague Adoption Convention)의 비준서를 네덜란드 외교부에 공식 기탁했다고 밝혔다. 서명 이후 12년 만에 이행 법령을 정비하고 협약 당사국으로 발을 들인 것이다.

이 협약은 1993년 채택돼 현재 미국, 호주, 중국 등 106개국이 가입해 있다. 국제입양 과정에서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인신매매나 불법 입양을 차단하는 국제적 기준이다. 한국은 2013년 협약에 서명했지만, 입양 관련 국내법이 미비해 비준이 지연돼 왔다. 그러나 오는 7월 19일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제도 시행의 기반이 마련됐다.

 

 

10월부터는 ‘국내에서 입양 가능한 가정을 우선 찾고, 그마저도 어려울 때에만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제입양이 허용된다. 단순히 양부모의 여건만으로 입양이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아동에게 가장 적합한 보호 환경인가’라는 기준이 중심에 선다.

복지부는 협약에서 지정한 ‘중앙당국’으로서 아동과 예비 양부모의 적합성 검토, 결연 승인, 상대국과의 입양 절차 협의 등 모든 국제입양 과정을 직접 책임진다. 이로써 민간기관 중심의 구조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선진형 체계로 전환된다.

협약은 입양이 성립된 후에도 효력을 보장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입양된 아동이 미국 등 협약 당사국으로 가면, 해당 입양은 해당 국가에서도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협약은 배우자의 자녀를 입양하는 재혼가정, 외국에서의 입양, 외국인 아동의 국내 입양 등 아동의 국경 간 이동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입양에도 적용돼, 모든 입양이 체계적 심사와 국가 인증을 거치게 된다.

이번 비준은 단지 외교적 행보가 아니라, 아동 인권에 대한 국제적 약속이다. 한국 사회가 입양을 단지 ‘보내는 행위’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하는 복지의 연장선’으로 인식 전환을 꾀하는 전환점이다.

정부는 향후 입양 전 과정에 대한 공공 책임을 확대하고, 입양아동의 복지를 중심에 두는 제도 개선을 지속해나갈 방침이다. 입양은 더 이상 마지막 선택이 아니다. 그것이 아동에게 ‘최선’일 때만 허용되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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