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동네 상권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정비나 일시적인 지원을 넘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뛰는 방식으로 '상권 활력'에 시동이 걸렸다. 상권 침체에 시달리던 지역이 이제는 청년 창업과 관광 콘텐츠를 품고 다시 살아날 채비를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와 손잡고 ‘2025년 지역상권 활력지원 사업’의 대상지로 부산 금정구와 강원 영월군을 최종 선정했다. 이 사업은 인구감소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맞물려, 지역의 쇠퇴한 상권을 젊은 감각과 창의적인 전략으로 되살리는 게 목표다. 선정된 지역은 앞으로 2년간 최대 20억 원의 국비와 더불어 각종 부처 사업과의 연계 지원을 받게 된다.
경쟁률 4.5대 1을 뚫고 뽑힌 두 곳은 서로 다른 접근으로 주목을 끈다. 부산 금정구는 한때 ‘젊음의 거리’로 불렸던 부산대 인근 금정로 60번길 일원을 중심으로 상권 재생을 노린다. 공실이 늘어나고 유동인구가 줄어든 상황에서, 유망 청년들을 ‘로컬크리에이터’로 육성하고, 이들이 지역 상권을 이끌 수 있도록 테스트매장과 외부 투자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팝업스토어 같은 유동적 콘텐츠를 더해 젊은층을 다시 끌어들이는 전략이 병행된다.

반면 강원 영월군은 자연과 문화를 중심으로 ‘관광형 상권’이라는 전혀 다른 해법을 꺼냈다. 덕포시장길24 일원을 거점으로, 동강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수상레저 액티비티 개발과 함께, 유휴 건물을 숙박시설이나 문화공간으로 재구성해 체류형 소비를 유도한다. 마을호텔, 공동제조시설, 창업 교육 등을 통해 소규모 창업자들이 안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국토부의 청년주택사업과도 연계해 인구 유입을 꾀한다.
이번 사업을 이끄는 민간 기획자들은 상권 발굴과 전략 수립, 창업자 교육 및 투자 유치 등 실무 전반을 담당한다. 부산 금정구는 ㈜어번데일벤처스가, 강원 영월군은 ㈜휘영이 각각 상권기획자로 참여한다. 민과 관이 긴밀히 협력하면서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함께 설계한다는 점이 기존의 일방적 지원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정부는 이들 시범지역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지역상권 활력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이대건 소상공인정책관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상권정비를 넘어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자원을 바탕으로 한 민간주도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상권을 새롭게 살리는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권은 단순한 상점들의 집합이 아니다. 그곳은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가 흐르고, 도시의 온기가 깃드는 공간이다. 민과 관이 손잡고 만들어낼 변화가, 침체된 골목과 광장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