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고물가 장기화로 얇아진 국민 지갑을 감안해 유류세와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고, 먹거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입 관세 혜택도 강화한다.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연쇄적·단계적으로 이어지는 소비자 물가 대응책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16일 발표된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수송용 유류에 대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8월까지 두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휘발유는 ℓ당 82원, 경유와 LPG는 각각 30원가량 저렴한 현행 수준이 유지된다.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 유가 급등 우려가 겹치며 물가 불안 요소가 상존하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에너지 산업 지원책도 동반된다.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연탄에 적용되던 개별소비세 15% 인하 조치 역시 12월까지 연장된다.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을 앞두고 발전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역시 올해 말까지 3.5%의 인하율이 계속 적용된다.
주목할 부분은 먹거리 물가 안정 방안이다. 정부는 노르웨이산 고등어에 새롭게 0%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최근 수입 단가가 치솟은 품목으로,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다. 계란 가공품의 경우 기존 4000톤이 거의 소진됨에 따라, 적용 물량을 1만톤으로 확대한다. 과일 가공품 4종(으깬 감귤, 과일칵테일 등)에 대한 할당관세 혜택도 연말까지 연장된다. 특히 과일칵테일은 수요 급증을 고려해 적용 물량도 5000톤에서 7000톤으로 늘린다.
한편, 수입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바나나·망고·파인애플 등 열대 과일 8종은 당초 계획대로 오는 6월 30일 할당관세 적용이 종료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가격 억제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축산·수산업 현장의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해 시설 투자 지원도 병행한다. 동시에 농축수산물 소비 확대를 위한 할인 지원에도 480억 원을 배정했다. 성수기 물량 확보와 함께 유통비용 절감 효과를 노리는 다층적 대응이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인플레이션 누적 효과로 여전히 생계비 부담이 크다"며 "정부는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에너지와 먹거리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발표한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고, 추가 물가 안정 과제도 꾸준히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6월 24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7월 1일부터 제도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민생과 직결된 물가에 정부가 다시 한 번 손을 댄 셈이다. 효과 여부는 유통 현장과 소비자 반응이 말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