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한 자락, 숲 한 모퉁이에도 수천 년 생명이 숨 쉰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그 작은 숲들이 이제 시민 곁으로 찾아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마련한 '찾아가는 사진전 –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작은 숲'이 6월 16일부터 대전과 세종을 순회하며 시작됐다.
이번 사진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5년부터 전국을 누비며 발굴한 ‘특정산림식물군락’의 생생한 기록이다. 특정산림식물군락이란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생태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소규모 혹은 희소한 식물군락을 말한다. 급격한 개발과 기후변화 속에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이 작은 숲들은 단순한 ‘녹지’가 아닌, 우리 생물다양성의 마지막 보루일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금까지 613개소의 군락지를 발굴하고 이를 생태적 특성에 따라 188개 유형으로 나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72개소의 군락을 선별해 사진과 함께 보호 상태, 생태적 가치, 향후 보전 방향 등을 담아 소개한다. 전시장에는 단순한 식물 사진을 넘어, 서식환경과 숲의 결속력, 인간과의 공존 가능성을 시사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전시는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대전정부청사 지하 1층 로비에서, 이어서 6월 21일부터 29일까지는 국립세종수목원 분재문화원에서 열린다. 첫 전시는 앞서 5월 22일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을 기념해 개최됐고, 이번 순회전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이 가치를 직접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최형태 산림생태연구과장은 “숲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생명이 살아가고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작지만 중요한 식물군락을 지키는 것이 결국 우리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보전 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 산림생태의 근간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소리 없는 외침이 있다. 우리가 잊고 있던 작고 귀한 생명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자연은 거대한 나무 한 그루보다도, 작지만 소외된 풀 한 포기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이 사진전은 말없이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