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다시 도로 위를 덮치고 있다. 문제는 비 그 자체가 아니라, 대비하지 않은 사람들의 운전 습관이다. 짧고 굵게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는 전조 없이 도로 위를 장악하고, 평소처럼 운전하는 이들에게는 '교통사고'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속도를 조금만 늦췄더라면, 조명을 제대로 켰더라면, 타이어를 미리 점검했더라면... 빗길 사고는 언제나 후회를 남긴다.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은 2025년 여름철을 맞아 “비 오면 일단 감속”을 주제로 한 교통안전 캠페인을 시작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법적 의무이자 생명을 지키는 실천 수칙이다. 그 핵심을 하나씩 짚어본다.

 

 

먼저, 차량 점검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빗속에서는 시야가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와이퍼, 전조등, 안개등은 고장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하며, 타이어의 마모 상태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와이퍼에서 물자국이 남는다면 바로 교체해야 한다. 시야 확보 실패는 즉각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조등 점등은 야간이 아니라도 필요하다. 빗속이나 흐린 날씨에는 차량의 존재를 주변에 알리는 기능으로서 반드시 켜야 하며, 안개등 역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관련 도로교통법 제37조는 이를 의무사항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미이행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두 번째는 감속 운전이다. 많은 운전자들이 제한속도를 '권장사항'으로 오해하지만, 빗길에서는 법적 감속 기준이 존재한다. 노면이 젖은 경우 최고속도에서 20%, 폭우나 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인 경우에는 50%를 감속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고 책임은 더욱 무겁게 돌아온다.

빗길 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의 약 7~8%를 차지하지만, 치사율은 일반사고보다 약 1.2배나 높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빗길 사고 사망률은 1.52명으로, 일반사고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결국 감속과 안전거리 확보만으로도 상당수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보행자 주의다. 비 오는 날 보행자는 시야가 좁고 행동이 느려지며, 어두운 우산과 옷으로 인해 운전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무단횡단은 비상식적일 정도로 위험하다. 보행자 역시 밝은 옷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켜야 하고, 운전자들은 보행자 근처에서 더욱 속도를 줄여야 한다.

또한 물웅덩이를 지날 때 고인 물을 튀겨 보행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관련 도로교통법 제49조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순한 매너 문제가 아니라, 법적 책임이 따르는 행위다.

마지막으로 침수구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물에 잠긴 도로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무리한 진입은 차량 고립 및 인명 피해로 직결된다. 타이어의 절반 이상이 잠겼다면 즉시 후진해 다른 경로를 택해야 하며, 특히 지하차도는 침수가 급격히 진행되기 때문에 진입 자체를 피해야 한다. 이미 진입했다면 빠르게 하차해 주변 구조물을 따라 탈출해야 한다.

경찰청은 6월부터 전국의 지하차도, 하천변 도로 등 침수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사전 점검에 돌입했으며,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침수 대응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내비, TBN 교통방송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재난정보 제공에 나선다.

여름철 도로는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의 연속이다. 하지만 '예방'은 언제나 가능하다. 감속하고, 비상등을 점검하고, 보행자를 배려하며, 침수 구간을 회피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생명을 구하는 실천이 된다. 빗길에서의 운전, 더 이상 '경험'이 아니라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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