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오기 50분 전, 산 속에서 들리는 경고방송이 생명을 구한다." 이제 전국 국립공원에서도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게 된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난해 지리산에서 시범 운영한 '강우레이더 재난예경보시스템'을 6월 13일부터 전국 17개 산악형 국립공원 44개 지구로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폭우 예측 50분 전 탐방객에게 대피 방송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산악지역의 고질적인 침수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인 기상 예보가 아닌 ‘레이더 기반의 정밀 예측’에 근거한다. 강우레이더가 구름 아래 비의 양을 면 단위로 정밀하게 관측하고, 특정 기준 이상일 경우 국립공원 내 우량경보시스템과 연동해 대피 안내 방송을 내보낸다. 실제로 우량계가 설치된 고지대에서 기준 강우량이 감지되면, 저지대 경보설비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실질적인 효과로 입증됐다. 지난해 7월 20일, 시간당 40mm의 폭우가 쏟아졌던 날, 지리산 내 4개 야영장에서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총 134명의 야영객이 사고 없이 조기 퇴영했다. 이는 국립공원 내 산사태나 급류 사고가 늘어나는 여름철, 생명을 지키는 핵심 대응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확대 적용으로 지리산, 설악산, 속리산, 내장산, 가야산, 덕유산, 오대산, 주왕산, 치악산, 월악산, 북한산, 소백산, 월출산, 변산반도, 무등산, 태백산, 팔공산 등 전국 주요 산악형 국립공원이 모두 포함됐다. 이로써 국립공원 내 돌발 기상이변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국립공원공단은 이에 앞서 올해 여름철 자연재난대책도 수립하고, 인명피해 우려지역 144곳과 재난취약지구 915곳에 대한 점검을 이미 완료했다. 또한 호우나 태풍 특보가 발효되면 탐방로를 즉시 통제하고, 24시간 운영되는 종합상황실에서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마쳤다.
환경부는 2022년부터 강우레이더와 재난 대응 시스템의 연계를 검토해 왔으며, 2023년에는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이후 작년 시범운영 기간 동안 총 89회의 사전 대피 방송이 이뤄졌고, 실제 현장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김태오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사전 예측과 대응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현장 중심의 시스템 운영으로 국립공원을 찾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스템 확대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사람을 살리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한발 앞선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학기술과 재난 대응 시스템이 자연 속 생명을 지키는 실질적 역할을 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