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앞두고 에어컨과 선풍기 사용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전기냉방기기에서 시작된 화재가 지난 5년간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화재는 무려 1.8배, 선풍기는 1.4배 증가했으며, 대부분 전기적 결함에서 비롯된 사고였다. 전 국민의 98%가 에어컨을 사용하는 현실에서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경고음에 가깝다.
행정안전부와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여름철 냉방기기 화재는 6월부터 급증해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화재 위험도 따라오른 셈이다. 특히 에어컨 화재의 79%, 선풍기 화재의 66%는 전기접촉 불량과 같은 전기적 요인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모터 과열 등 기계적 요인, 부주의한 사용이나 설치가 뒤를 이었다.
에어컨의 경우, 전력 소모가 많아 고용량 콘센트 사용이 권장된다. 외부에 설치된 실외기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먼지와 습기에 취약하기 때문에 사용 전 먼지를 제거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실외기 팬 날개가 손상됐거나 이상한 소음이 들릴 경우에는 즉시 전문가의 점검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검을 게을리할 경우, 고온의 기계가 화염으로 바뀌는 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선풍기도 마찬가지다. 전선이 꺾이거나 눌리는 경우 내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전원선을 당겨 사용하는 습관도 위험 요인이다. 오래 보관한 선풍기를 다시 사용할 땐 내부의 먼지를 꼼꼼히 제거해야 하며, 작동 중인 선풍기 위에 옷이나 수건을 걸쳐 놓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문어발’ 형태로 여러 기기를 한 콘센트에 꽂는 방식은 화재를 부르는 지름길이다.
기기 자체의 과열 외에도 환기 부족도 또 다른 위험 요소다. 밀폐된 공간에서 냉방기기를 장시간 작동시키면 열이 축적돼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 주기적으로 환기하고 시간 설정 기능을 활용해 기기의 온도를 낮추는 습관이 중요하다.
행안부는 이번 여름에도 반복될 수 있는 냉방기기 화재를 막기 위해 생활 속 안전수칙을 적극 준수해 줄 것을 강조했다. 폭염이 피할 수 없는 계절이라면, 화재는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사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