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 송이 꽃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멸종위기 담수식물인 '큰바늘꽃'이 울릉도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복원 실험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인간의 개발로 파괴된 자연 속에서, 식물은 그저 침묵한 채 사라져 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울릉군청과 공동으로 6월 12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큰바늘꽃' 200개체를 울릉도 봉래폭포 지구에 이식한다고 밝혔다. 이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큰바늘꽃은 바늘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국내에서는 울릉도와 경북·강원 일부 지역 계곡에서만 제한적으로 자란다. 해외에서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지에서 분포하며, 7~9월에 보랏빛 꽃을 피운다. 그러나 관상용 채취와 도로 건설 등으로 인해 원서식지가 파괴되며,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됐다.

울릉도 또한 예외는 아니다. 최근 도로 및 시설물 개발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큰바늘꽃의 개체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고, 연구진은 지난 4월 현장 조사를 통해 서식 대체지를 물색한 끝에 봉래폭포 지구를 선정했다. 해당 지역은 지하수 용출이 풍부해 습윤한 토양이 유지되는 이상적인 생육 환경이다.
이식되는 큰바늘꽃 200개체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 인공증식 기술로 직접 생산한 것이다. 동 기관은 2018년부터 큰바늘꽃의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돼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연구진은 이식 후에도 생존율과 적응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며 모니터링을 이어갈 예정이다.
류시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다양성보전연구실장은 “이번 복원을 통해 울릉도 내 야생 개체군의 확대는 물론, 전반적인 생물다양성 증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멸종위기 담수식물 보전을 위해 국립생태원과 협력해 지속적인 연구와 실천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복원에 수십 년이 걸린다. 하지만 그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큰바늘꽃’의 울릉도 이식은 단순한 식물 복원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다시 묻는 중요한 계기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