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천 톤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수막이 새로운 자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행정안전부가 주도하고 전국 지자체, 기업들이 손잡으면서 폐현수막의 재활용률 100%를 목표로 하는 대규모 협업 체계가 본격 가동된다. 

그동안 현수막은 축제, 선거, 행사 등 다양한 이유로 대중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돼왔지만, 연간 약 6,000톤이 버려지는 현실 속에서 70% 이상이 매립되거나 소각되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특히 폴리에스터(PET) 재질 특성상 생분해가 어렵고, 고온 소각 시 발암물질과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등의 문제도 컸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자원 재순환 가능성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 폐현수막 발생량이 많은 지자체를 연계해 지역 기반의 자원순환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일 체결된 협약식은 SK케미칼 울산공장에서 열렸으며, 이곳은 내년부터 연간 50톤의 폐현수막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되고 있다.

실제 협약에는 SK케미칼, 세진플러스, 리벨롭, 카카오 등 민간기업과 함께 세종, 강릉, 청주, 나주, 창원 등 5개 지자체가 참여했다. 폐현수막은 지역 내에서 우선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해 재사용되고, 남는 물량은 세진플러스와 SK케미칼에 전달된다. 세진플러스는 이를 차량용 내장재, 건축자재 등 고부가가치 산업용 소재로 탈바꿈시키고, SK케미칼은 플라스틱 원료로 재생해 다시 자사 제품 생산에 활용한다.

 

 

리벨롭은 폐현수막 원료로 만든 친환경 의류, 가방 등 소비자 제품을 제작하며, 카카오는 이를 구입해 취약계층 아동에게 기부하는 동시에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유통·판매도 지원한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려는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총 195톤의 폐현수막을 재활용하고, 소각 및 매립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면서 환경보호는 물론 지역 일자리 창출, 산업 활성화까지 동시에 노린다. 이를 통해 정부는 전국적인 지침을 마련해 사업 확산을 꾀하고, 환경부 등과 협력해 재활용 제품의 공공구매 확대, 시장 활성화 방안까지 논의할 계획이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는 “이번 협약은 단순한 분리배출이나 재활용을 넘어, 쓰레기를 자원으로 전환하는 산업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첫걸음”이라며 “자원순환 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더 이상 현수막은 ‘버리는 홍보물’이 아니다. 산업의 원료이고, 친환경 도시를 만드는 브랜딩 도구이며, 사회적 기업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순환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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