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꿀의 대표 주자 ‘아까시꿀’이 소비자와 시장 사이에서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며 혼선을 빚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산 아까시꿀 바로 알리기’ 캠페인에 나섰다. 이름부터 성분까지,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꿀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할 때다.

흔히 ‘아카시아꿀’로 알려진 국산 꿀은 사실 아카시아가 아닌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에서 채밀된 꿀이다. 두 나무는 모두 콩과 식물이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종이다. 아카시아는 열대 지역에서 자생하는 미모사아과의 나무이고, 아까시나무는 우리나라 기후에서 잘 자라는 로비니아속 식물이다. 국립국어원도 표준어로 ‘아까시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문서와 등급 판정 기준에도 ‘아까시꿀’이라는 명칭이 명시돼 있다.

 

 

문제는 용어의 혼용에서 비롯된다.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베트남산 아카시아꿀이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했는데, 이름이 비슷하다 보니 국산 아까시꿀과 혼동되는 일이 많아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장지에 ‘아카시아꿀’이라는 표기가 있으면 출처를 명확히 알기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과 품질 면에서 국산 꿀의 이미지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 기관의 우려다.

아까시꿀은 국내 벌꿀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은은한 향과 맑은 색, 부드러운 단맛 덕분에 소비자 선호도도 높다. 여기에 최근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는 이 꿀이 단순한 달콤함 이상의 기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바로 헬리코박터균 억제에 효과적인 ‘아브시스산(abscisic acid)’이 타 꿀보다 월등히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산 아까시꿀 1kg에는 평균 24mg(5.8~62mg)의 아브시스산이 포함돼 있는데, 밤꿀 등 다른 꿀에서는 이 성분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축산물품질평가원은 꿀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판정하는 ‘꿀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포도당·과당 비율, 수분 함량, 탄소동위원소비 등 8가지 항목을 검사해 1+, 1, 2등급으로 나누는 체계다. 포장지에 표시된 등급과 QR코드를 통해 소비자는 꿀의 원산지, 품질, 이력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국산 꿀의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까시꿀의 영양적 가치도 주목할 만하다.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으로 구성돼 체내 흡수가 빠르고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다. 또한 칼륨, 황 등 무기질 성분도 풍부해 정상 혈압 유지, 노폐물 배출, 뇌기능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상미 농촌진흥청 양봉과장은 “국산 아까시꿀의 정확한 명칭과 효능을 소비자에게 올바르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국산 꿀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달콤한 진실’은 결국 정확한 이름에서부터 출발한다. 지금까지 무심코 ‘아카시아꿀’이라 불러왔던 그 꿀, 이제는 ‘아까시꿀’로 제대로 알고 선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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