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액상 전자담배, 기후로 인한 질병… 모두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일상에 파고든 건강위해요인들이다. 문제는 그 위험이 단순히 질병이 아닌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는 여전히 부처마다 흩어져 있었고, 국민은 ‘어디서 뭘 찾아야 할지’부터 헤맸다. 이제 이런 불편이 끝난다. 건강을 위협하는 모든 정보를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는 국가 단위 통합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문을 연다.

 

 

질병관리청이 구축한 ‘건강위해통합정보시스템’이 5월 30일 공식 개통되며, 국내외 건강위해정보의 체계적인 통합 제공이 시작됐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정보 모음이 아니다. 국내 15개 부처 38개 시스템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해외 13개 기관에서 발행하는 건강위해정보까지 한데 모아, 실시간으로 접근 가능한 국가차원의 위기 대응 허브 역할을 맡는다.

실제 건강위해요인 인식조사에서 국민 97.4%가 ‘관련 정보를 통합해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만큼, 이번 시스템은 단순한 행정 혁신을 넘어 국민 건강권의 실질적 강화를 위한 인프라로 평가된다.

국가건강정보포털(health.kdca.go.kr)을 통해 접속하면 누구든지 주제별 건강위해정보를 손쉽게 검색하고, 각 정보의 출처와 세부 데이터를 시각화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담배’라는 키워드 하나만 검색해도 국내외 181건의 관련 정보를 표, 그래프, 요약 텍스트 등 다양한 형식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각화다. Open API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갱신되며, 차트와 표를 통해 정보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복잡한 학술자료도 한눈에 요약되고, 관련 통계나 연구자료까지 연계되어 있어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새로운 전염병, 미세먼지와 같은 생활 속 유해물질, 중독성 있는 화학제품 등 비감염성 건강위해요인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 시스템은 정보 접근의 ‘격차’를 줄이는 도구가 된다. 더 이상 정보의 단편만 소비하거나, 검색에 헤매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시스템 개통과 함께 감염병이 아닌 건강위해요인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조사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법적 제도도 정비 중이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나 가습기 살균제처럼 초기에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집단 질환 발생 시, 빠르게 역학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초동대응 체계까지 갖춰가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디지털 플랫폼이 아니다. 그것은 건강위기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디지털 방역의 첫 출발이자 정보주권의 실현이다. 건강은 곧 생존이다. 이제 그 생존의 키를 쥔 건 바로 이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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