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젖줄 금강(錦江)은 충청과 전라 지역을 관통하며 수천만 생명체의 삶과 문명을 지탱해온 거대한 생태계의 흐름이다. 그 장대한 강의 첫 물방울이 솟아나는 곳이 바로 전라북도 장수군 신무산 자락에 위치한 뜬봉샘이다. 이 신비로운 샘과 그 아래 수분마을이 2024년 6월, 환경부가 선정한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이름을 올렸다.
장수 뜬봉샘은 단지 지리적 발원지를 넘어선다. 1년 열두 달 마르지 않는 옹달샘으로, 지역 주민들과 탐방객들은 이곳을 금강의 영혼이 시작되는 성지로 여긴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이곳에서 100일 기도를 마친 날, 찬란한 무지개가 하늘에 걸리고 봉황이 내려앉아 발견된 샘이라는 이야기에서 그 신령스러운 이름, ‘뜬봉샘’이 유래했다. 금강의 상징성과 함께, 자연과 인간, 역사와 생명의 경계가 중첩되는 이 공간은 생태관광지로서의 가치가 남다르다.
이 뜬봉샘이 자리한 신무산은 해발 897m로, ‘신들이 춤을 추는 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산 전체가 금강 수계의 수원함양림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다양한 생물 종의 서식처이자 생물다양성의 핵심지대다. 특히 7부 능선에 조성된 자작나무 숲은 남부권 최대 규모로, 하얀 껍질과 시원한 그늘로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국적 정취를 풍기는 자작나무 군락은 자연의 정적 속에서 치유와 사색을 제공한다.

2011년에 조성된 뜬봉샘 생태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이곳은 하늘다람쥐, 세뿔투구꽃, 꼬리명주나비, 뻐꾹나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 실제로 살아 숨쉬는 살아있는 자연박물관이다. 야생생물만 무려 1,348종이 서식하며, 어린이 생태교실, 금강 첫물 트래킹, 쑥개떡 만들기 등 교육과 체험이 결합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이상적이다. ‘생태관광’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는 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생태공원 아래에는 금강과 섬진강을 나누는 지리적 경계선인 수분령(水分嶺)이 있으며, 이곳에 자리한 ‘수분마을’은 한국 근대사의 서정과 아픔까지 품고 있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형성한 교우촌이며,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한옥 성당인 수분공소(1913년 건립)가 지금도 마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 성당은 2005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종교적·역사적 의미를 모두 지닌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과거의 고난과 신념이 서린 공간이다.

뜨는 샘에서 시작된 물은 수분마을을 지나 금강을 이루고, 충청을 관통해 서해로 흐른다. 이 여정은 곧 자연이 만든 서사이며, 뜬봉샘과 수분마을은 그 서사의 출발점이다. 단순히 ‘생태관광지’라는 명패를 넘어, 대한민국 생태문화의 정수라 부를 만한 장소다. 지금 이곳은 생태를 통한 치유와 성찰, 교육과 역사적 성찰이 가능한 복합 문화생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뜨거워지는 도심의 열기를 피해 6월에 떠나는 여행이라면, 장수 뜬봉샘과 수분마을만큼 느리고 깊은 여정을 선사해줄 곳은 많지 않다. 자연이 들려주는 낮은 숨소리를 듣고 싶다면, 금강의 첫 물이 솟는 그곳으로 향해야 할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