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산업현장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렸다. 체감온도 35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노동자는 더위와 사투를 벌였고, 결국 63명의 온열질환 산재자가 발생했다. 그중 상당수는 50대 이상의 고령 노동자였고, 이들의 절반 이상은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물 한 컵도 사치”라는 절박한 현장의 목소리는 통계보다 무겁다.

2025년 여름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더 잦은 폭염 일수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5월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124일간 폭염 대비 특별대책반을 가동하며 산업재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인다. 대책은 단순한 권고나 캠페인 수준을 넘어서,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전방위적이고 실제적인 개입을 포함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예방 중심의 선제적 대응’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온열질환은 대부분 사전조치로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냉방시설 미비, 작업시간 미조정, 관리감독 부재 등 구조적 취약점이 반복되며 사고를 양산한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냉방 및 통풍설비 가동 여부 ▲작업시간 조정 ▲휴게시설 제공 ▲개인 보냉장구 지급 ▲응급 대응 체계 구축 등 5대 수칙 이행 여부를 핵심 점검항목으로 정하고, 전국 6만 개소 고위험 사업장을 집중 관리한다.

 

 

이 고위험군에는 건설·조선 등 옥외작업 위주 업종과 함께, 폐기물처리, 물류센터, 농림축산업처럼 폭염에 취약한 환경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근무하는 업종이 포함된다. 특히 6월 2일부터 20일까지는 3주간 자율점검기간으로 지정되어, 사업장 스스로 자가점검표를 기반으로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고, 이후에는 각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현장지도를 강화한다.

특히 이번 특별대책반에는 안전보건공단, 근로자건강센터, 민간재해예방기관 등 산업안전 전문기관이 대거 참여한다. 이들은 단순 점검을 넘어서 기술적 솔루션과 현장 맞춤형 건강지원 서비스까지 직접 제공한다. 고령자, 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을 가진 노동자를 대상으로는 물리치료사, 간호사, 산업위생사 등이 포함된 전문팀이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대응한다.

소규모 사업장에는 별도 지원도 마련되어 있다. 냉방시설이 열악한 곳에는 온습도계(3만 개소), 이동식 에어컨(7천 개소), 응급키트 등이 우선적으로 제공되며, 제트팬 설치와 같은 구조적 개선을 위한 기술 지원도 병행된다. 특히 공기 순환이 어려운 밀폐작업장에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현장 진단 후 직접 기술개선을 지원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실천이 가능한 예방조치가 얼마나 실질적인 생명 보호로 이어지는지”를 현장에서 체감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단속과 처벌에만 의존하지 않고, 산업현장의 자율적 안전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범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업종별로 확산하는 데에도 집중한다.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은 ‘운에 맡길 문제’가 아니다. 한여름의 태양은 공정하지 않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온도에서도 누구는 얼음조끼를 입고 휴게실에서 쉬고, 누구는 먼지 날리는 아스팔트 위에서 물 한 모금 없이 일한다. 그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이번 특별대책의 진정한 목적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더위에 지친 노동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들이 쓰러지기 전에, 제도와 현장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폭염은 자연재해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관리 실패’다. 우리가 지금 무얼 하느냐에 따라, 올여름의 노동현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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