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났지만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면? 앞으로는 로봇이 대신 들어간다. 뜨거운 화염과 유독한 연기로 가득 찬 지하주차장, 빠르게 확산되는 물류창고 화재, 일반 소방장비로는 접근조차 힘든 고위험 재난 현장에 ‘무인 소방로봇’이 투입된다.

소방청은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대구 EXCO에서 열리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 2025’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 개발한 무인 소방로봇 시연모델을 최초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실제 화재 현장을 모사한 시연장에서 로봇의 방수 성능과 자율주행 능력 등을 시연하며, 관람객과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이번 무인 소방로봇은 ‘HR-셰르파’라는 이름의 다목적 무인차량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방수 기능은 물론 고온과 유독가스에 견딜 수 있는 단열 기능을 대폭 강화해 화재 진압의 실효성을 높였다. 또 원격조작과 자율주행이 모두 가능하며, 짙은 연기를 뚫고 전방을 식별할 수 있는 특수 카메라, 직사·분무 전환이 가능한 고성능 방수포, 자체 보호 분무 시스템, 고온용 타이어 등 첨단 기술이 대거 탑재됐다.

 

무인 소방차량 성능시연 모습(사진=소방청 제공)
무인 소방차량 성능시연 모습(사진=소방청 제공)

 

이 소방로봇은 오는 11월부터 중앙119구조본부 산하 4개 권역의 특수구조대에 실전 배치된다. 일반적인 장비로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투입 가능한 ‘재난 돌파 장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무인 소방로봇 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전용 장비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직접 냉각수를 주입할 수 있는 ‘관통형 방사장치(EV Drill Lance)’ 250대를 소방청에 기증해, 미래형 재난 대응 기술에 대한 투자와 협력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불가능에 가까웠던 현장 대응의 한계가 다시 한번 무너졌다. 기술과 소방의 만남이 국민 생명 보호라는 궁극적 목표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확인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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