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한민국, 반려동물은 더 이상 ‘애완’의 개념을 넘어 가족이며, 하나의 사회경제적 축이 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개·고양이 누적 등록 수는 349만 마리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반려동물 등록 통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동물에 대한 인식과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규 등록은 오히려 전년보다 4.2% 줄어든 26만 마리였지만, 고양이의 신규 등록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종 다양성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고양이는 아직 전국 단위 의무 등록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자발적 등록 확대는 국민의 반려동물 복지 인식 향상을 반영하는 지표로 읽힌다.
반려동물 산업 규모도 큰 폭으로 확장되고 있다. 올해 반려동물 관련 영업장 수는 2만 3,565개소로, 전년 대비 무려 14.5% 증가했으며, 관련 종사자 수도 2만 9,305명으로 14.9% 늘었다. 특히 동물 미용업(43.2%)과 위탁관리업(23.8%)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단순한 사육·판매에서 벗어나 ‘서비스 중심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유실·유기동물 구조 건수는 10만 7천 마리로, 전년보다 5.5% 감소했다. 이는 동물등록제의 확산과 시민의식 향상의 결과로 평가되며, 지자체가 동물보호관 801명을 지정해 적극적인 법 집행과 계도 활동을 펼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여전히 1년에 10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길 위에 버려지는 현실은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동물보호법 위반 적발 건수는 총 1,293건이었으며, 이 중 ‘동물관리 미흡’이 63.9%를 차지해 여전히 반려인의 기본적 책임의식이 미비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목줄 미착용, 배설물 미수거, 인식표 미부착 등 기본적인 관리의무조차 소홀히 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학대·상해·유기 적발 건수는 전년 대비 32% 감소한 55건으로, 중대한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인식과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보호센터 운영의 전문화와 공공 책임 강화이다. 전국 231개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연 평균 43만 5천 원의 보호비용을 지출하며 구조 동물을 돌보고 있으며,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도 999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 구조·보호에서 나아가, 동물의 심리·건강·사회화를 아우르는 통합 복지 체계로 진입하고 있는 증거다.
이번 실태조사는 단순한 통계 이상으로, 반려동물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의 변화와 정책의 진화,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동시에 보여준다. 반려동물은 이제 ‘누군가의 애완’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돌보고 책임지는 ‘사회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반려동물 보호·복지 정책은 단순히 법적 제도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성찰하는 ‘사회적 윤리’로까지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김정희 검역본부장은 “반려동물 문화 확산과 관련 산업의 발전으로 동물의 복지·보호에 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선언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이 어떤 동물복지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는 숫자가 말한다. 349만 마리의 등록 동물과 2만4천 개의 관련 업소, 그리고 10만 마리의 구조 동물은 단지 시장의 크기나 복지의 수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새로운 기준이자, 우리 모두가 응답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