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 다가오면 전국 가족 단위 여행객, 자연을 사랑하는 캠퍼들,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힐링족들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본다. 바로 국립자연휴양림의 여름 성수기 예약이다. 2025년 여름을 위한 이 대장정이 6월 9일 오전 9시부터 본격 시작된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오는 6월 16일 오후 6시까지 8일간 전국 43개 국립자연휴양림의 성수기 이용을 위한 추첨 신청을 ‘숲나들e(foresttrip.go.kr)’를 통해 접수받는다. 전국 46개소 중 아세안자연휴양림은 외국인 우선 예약으로 제외되며, 중미산과 방태산은 현재 시설 개보수 중이라 이번 추첨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수치를 보면 이 추첨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전체 평균 경쟁률은 5.15:1, 객실만 따지면 6.6:1이다. 가장 인기 있는 객실은 대야산의 숲속의 집 601호(14인실)로, 2024년 8월 3일 예약을 두고 무려 378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객실 하나에 수백 명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대야산 601호는 다른 날짜에도 줄줄이 상위권을 휩쓸며 사실상 ‘예약 불가의 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야영시설 중에서는 가리왕산 야영데크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6인용 데크에 28명이 몰린 날도 있었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국립휴양림을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는 자연이 주는 정적과 청량함이다. 폭염에 시달리는 도심을 떠나 산속 그늘에서 맞는 아침은 어떤 고급 리조트보다 값진 경험을 선사한다. 둘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객실과 캠핑장은 민간 숙박업체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며, 시설 또한 꾸준히 관리되고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셋째는 공정한 추첨 시스템이다. 산림청은 성수기 예약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투명한 추첨을 진행하며, ‘공정 예약 시스템’이라는 신뢰를 구축해 왔다. 누군가의 연줄이나 빠른 손가락보다 공정한 확률이 당첨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신청은 숲나들e 회원가입을 통해 가능하며, 1인 1회에 한해 2박 3일 일정으로 객실 또는 야영시설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성수기 마지막 날인 8월 24일은 1박 2일만 가능하다. 당첨자는 6월 19일 오전 10시에 발표되며, 6월 25일 오후 6시까지 결제하지 않으면 당첨은 무효 처리된다. 이로 인해 생기는 미결제 객실은 6월 26일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전환되어 다시 예약 기회를 제공한다.
숲이 내어주는 여름 휴식은 단순한 휴가 그 이상이다. 아이들과의 추억, 몸과 마음의 재정비, 자연 속에서의 자기치유가 가능한 시간이다. 그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고, 정확히 알아야 한다. 추첨 시스템에 대한 이해, 인기 휴양림과 객실에 대한 분석, 결제 일정 숙지까지 모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쟁률이 높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다. 경쟁이 덜한 야영시설이나 날짜를 활용하면 실속 있는 예약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미결제분에 대한 선착순 예약은 당첨되지 못한 이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가 된다.
올여름, 피서의 목적지는 고급 리조트도 해외 여행지도 아닌 ‘숲’이 될 수 있다. 온도는 낮고, 바람은 시원하며, 새소리는 잔잔하다.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숲은 말없이 안식을 건넨다. 단 하루라도, 그 고요함을 누릴 자격은 당신에게 있다. 여름휴가의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이제 선택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