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재생에너지 정책이 전면적으로 재편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5월 26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풍력·태양광 경쟁입찰 공고는 ‘에너지 안보’, ‘공공주도’, ‘기업 맞춤형 PPA’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의 깊이와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단순히 전력을 얼마나 더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생산하고 누구에게 팔 것인가’라는 구조적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이번 입찰은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입찰시장’이라는 새로운 틀을 도입했다. 고정식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총 1,250MW가 공고되었고, 이 중 500MW는 정부·공공기관이 직접 사업 발굴과 계획 수립에 나서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민간 유치에 머물렀던 과거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한 모델로, 지역 주민 수용성, 해역 적합성, 계통연계 문제 등 해상풍력 발전의 고질적 병목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나머지 750MW는 기존 방식의 일반형 경쟁입찰로 공고되었으며, 하반기에는 부유식 해상풍력과 육상풍력 입찰도 별도로 공고될 예정이다.

 

 

풍력 입찰의 평가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부터 사업자 평가 항목에 ‘에너지 안보지표’가 신설됐다. 공공주도형 입찰은 8점, 일반형은 6점이 이 지표로 반영된다. 이 지표는 단순한 서류평가가 아니라, 기자재 조달의 안정성, 공급망의 다양성, 외부 리스크에 대한 회복탄력성 등 실질적인 국가 에너지안보 역량을 겨누는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과 국제 정세 속에서 ‘안보와 에너지의 통합관리’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가격 측면에서는 국내·외 LCOE(균등화발전비용) 추이를 반영하여 상한가격이 조정되었다. 풍력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176,565원/MWh로 유지되지만, 공공주도형 사업과 정부 R&D 실증 성과물을 활용하는 사업에는 추가 우대가격이 적용된다. 기술적 신뢰성과 정책적 유도를 동시에 노린 설계다. 반면, 태양광은 시장상황에 맞춰 상한가격을 다소 낮췄다. 2024년 157,307원/MWh에서 2025년 155,742원/MWh로 하향 조정되었다. 이는 경쟁률 하락, REC 현물시장과의 괴리, 글로벌 태양광 모듈 가격 안정화 등을 고려한 조치다.

태양광 부문에서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저탄소 모듈’ 우대기준 강화다. 모듈 1kW당 탄소배출량 기준이 기존 670kg·CO2에서 655kg·CO2로 엄격해졌다. 이는 단순한 기술 규제가 아니라, 국내 태양광 산업의 친환경성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이며, EU·미국 등 글로벌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전략이다.

기업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RE100 수요기업 대상의 PPA 중개시장 개선이다. 지난해 시범 도입된 이 제도는 민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시장이다. 올해부터는 계약대상 용량에 제한을 완화하고, 여러 수요기업이 하나의 발전소와 각각 계약할 수 있도록 구조가 개선되었다. 특히, 계약기간을 20년 이내에서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한 점, 계약 협의를 위한 기간을 연장한 점 등은 기업들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보조금 기반 공급 확대’에서 ‘시장기반 안정성 확보’로 전환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산업부는 “이번 경쟁입찰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수익성과 투자안정성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설계하는 지속가능한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공공과 민간의 역할은 더욱 정교하게 분화되고 있다. 기술력, 비용효율, 환경책임, 그리고 국가안보까지. 2025년의 경쟁입찰은 단순한 에너지 확보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형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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