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에 익숙한 고추와 율무가 이제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체지방 감소부터 뇌 건강 보호까지 돕는 ‘메디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두 식품에 풍부하게 함유된 ‘알칼로이드(alkaloid)’ 성분은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약리효과를 발휘하며, 체중 감량과 노화 예방 등 다양한 건강 기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서울대, 강원대 등 14개 연구기관과 함께 ‘케이(K)-농식품 자원의 특수기능 성분 정보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인이 자주 섭취하는 대표 농산물 중 알칼로이드 함량이 높은 식품으로 고추 열매와 율무 씨앗을 선정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향후 고품질 품종 개발은 물론, 고부가가치 식의약 제품 개발에 있어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고추는 ‘매운맛’으로만 인식되던 단계를 넘어, 주요 알칼로이드 성분인 캡사이시노이드(capsaicinoid) 계열이 건강 기능성 물질로 과학적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 성분으로는 캡사이신(capsaicin), 디하이드로캡사이신(dihydrocapsaicin), 노르디하이드로캡사이신(nordihydrocapsaicin), 호모디하이드로캡사이신(homodihydrocapsaicin) 등이 있다.

이들 물질은 지방산 산화를 촉진해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분해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신경 보호 효과까지 보고되면서 ‘먹는 뇌보호제’로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디하이드로캡사이신은 특히 위에 대한 자극이 적고 체내 흡수율이 뛰어나 실용적 가치가 더욱 높다.

실제 고추 종류별 알칼로이드 분석에 따르면, 청양고추 100g당 28.7mg, 꽈리고추 21.1mg, 홍고추 3.3mg, 오이고추 2.0mg 수준으로 확인됐다. 꽈리고추는 디하이드로캡사이신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다이어트 식단이나 건강기능성 간식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율무 역시 단순한 다이어트 곡물이 아닌 뇌 건강을 위한 기능성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율무 씨앗에는 디쿠마로일스퍼미딘(N5,N10-di-(E)-p-coumaroyl-spermidine)을 포함한 스퍼미딘 계열 알칼로이드 유도체 3종이 존재하며, 이는 혈액순환 개선, 심혈관 건강 증진, 뇌 염증 억제 등 다양한 작용을 한다. 특히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노인성 질환 대응 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생율무 기준으로는 100g당 5.7mg, 볶은 율무는 2.5mg 수준으로 분석됐다.

농촌진흥청은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까지 총 700종의 농식품 알칼로이드 정보를 구축하고, 2027년부터는 농식품종합정보시스템 ‘농식품올바로(koreanfood.rda.go.kr)’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 정보는 향후 국내 식의약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국산 농산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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