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없이 지켜낸 천년의 맛…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된다
불교의 수행 정신이 깃든 전통 음식이 국가 차원의 문화유산으로 공인받았다. 국가유산청은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사찰음식’을 신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은 음식 자체의 역사성과 전승 체계뿐 아니라, 이를 보존하고 이어온 공동체의 역할에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찰음식은 단순한 채식 요리로 한정되지 않는다. 육류와 생선을 사용하지 않고, 마늘·파·부추·달래·흥거 같은 오신채까지 배제하는 조리 원칙은 오롯이 불교의 불살생 정신에서 비롯된다. 이는 음식 속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욕망을 절제하려는 철학적 기반을 반영한 것으로, 종교적 신념이 생활 속에서 실천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사례다.

사찰음식은 한국 불교의 역사와 함께 자라왔다. 고려시대 『동국이상국집』과 『조계진각국사어록』, 『목은시고』 등에서는 이미 사찰 내에서 만들어진 채식만두나 산갓김치 등의 기록이 등장한다. 조선시대에도 『묵재일기』, 『산중일기』를 통해 사찰이 두부, 장류, 저장식품의 주요 공급처로 기능했고, 사대부가와 물자를 교류하며 민간 식문화에 영향을 준 사실이 확인된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국 사찰에서는 여전히 발우공양의 전통이 살아 있고, 발효 중심의 조리 방식,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구성 등에서 각 사찰 고유의 정체성과 지역성이 공존한다. 최근에는 전통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사찰음식 콘텐츠가 등장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의 기반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에서 사찰음식을 ‘공동체 종목’으로 규정했다. 이는 사찰마다 조리법과 식문화가 조금씩 다르고, 특정 개인이 아닌 승려와 사찰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함께 전승해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향후 국가유산청은 사찰음식에 대한 학술연구, 전승 활성화 프로그램 등을 확대 지원하며, 국민과 함께 그 가치를 나누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더불어 국가무형유산 신규 지정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한국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존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