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청년,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독거노인. 이들은 행정기관 문 앞에 서는 순간부터 길을 잃는다. 어떤 서류를 써야 하는지, 어디에 제출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현실. 하지만 이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제도가 등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새롭게 운영하는 ‘국선 행정사’ 제도가 그것이다. 민원을 제기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이 제도는 새로운 길이 되어준다.

국민권익위는 2024년 3월 ‘취약계층 보호 강화를 위한 맞춤형 상담 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실제 행정업무를 경험했던 퇴직 전문가들을 모집해 ‘국선 행정사’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대한행정사회’의 협조 아래 선발되었으며, 민원 작성부터 서류 제출까지 취약계층을 위해 전 과정을 무료로 지원한다. 단순한 상담을 넘어, 복잡한 행정 절차를 함께 밟아줄 사람들이다.

 

 

기존에는 취약계층이 민원을 제기할 경우, 신청서의 표현이 모호하거나 필수 서류가 누락되어 민원이 무시되거나 반려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떻게 요청해야 하는지를 몰라 도움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선 행정사를 제도화했고, 이를 통해 행정 사각지대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원 절차는 단순하다. 취약계층이 직접 국민권익위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고, 민원 상담 중에 국민권익위가 해당 상황을 파악해 국선 행정사와 연결하는 방식도 있다. 연결 이후에는 국선 행정사가 직접 대면 상담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을 방문해 민원 서류를 함께 작성하거나 제출까지 대행한다. 특히 긴급한 상황일 경우, 하루 만에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신속 대응 체계도 갖췄다.

민원은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그 시작조차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다. 국민권익위는 이들을 찾아내고, 연결하고, 끝까지 동행하기 위해 국선 행정사를 앞세운다. 정책 실행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민원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 조사도 병행되며, 이를 통해 향후 제도의 확대와 보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민원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국선 행정사 제도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행정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누구를 얼마나 배려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이기도 하다. 수많은 제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했던 이들에게 국선 행정사는 ‘실행되는 제도’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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