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기후위기가 불러온 초대형 산불, 이제는 ‘불 끄기’보다 ‘불 날 틈 없애기’가 더 중요해졌다. 불쏘시개처럼 쌓인 나뭇가지와 수풀, 이것들이 산불을 키우는 핵심 연료다. 연료가 없으면 불도 없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숲가꾸기’야말로 대형산불의 확산을 막는 결정적 방법이라며 전 세계 사례를 근거로 경고장을 날렸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 산불에 시달리는 나라들이 ‘솎아베기’와 ‘처방화입’을 병행하며 연료 자체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 서부의 침엽수림에서 두 방법을 적용하자 수관까지 불길이 번지는 확률은 무려 86%나 줄었고, 전체 피해도 70% 이상 감소했다.
‘처방화입’이란 전문가가 통제된 환경에서 일부러 작은 불을 내어 낙엽, 마른 가지 등 산불 연료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마치 ‘미리 태워서 더 큰 불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한 불 끄기보다 훨씬 과학적이며 장기적인 산림 보호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로건 레이크 지역은 실제로 이 전략의 수혜를 본 대표 사례다. 솎아베기 작업이 이뤄진 지역은 산불이 빠르게 진화되었고, 접근로 확보도 용이했다. 중국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같은 결과를 얻었고, 산불 피해 면적을 21.2%나 줄일 수 있었다.

한국 역시 산림청 주도로 ‘산불 예방 숲가꾸기’ 사업을 전개 중이다. 고위험 지역을 대상으로 솎아베기와 가지치기를 실시하고, 아래쪽에서 불길을 타고 올라가게 만드는 하층식생을 제거해 산불이 확산될 수 없도록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이상태 박사는 “산불은 더 이상 예외적 재난이 아니다. 연료를 사전에 통제하지 않으면 진압도, 예측도 어렵다”며 “우리 산림 생태에 맞는 숲가꾸기 기술을 정교하게 개발해 기후위기 시대에 강한 숲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필요한 건 ‘불이 난 뒤 대응’이 아니라 ‘불이 나기 전 구조를 바꾸는’ 전략이다. 연료가 없는 산은 절대 불타지 않는다. 그것이 대형산불 시대의 유일한 정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