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예고한 이른 더위에 맞서, 정부가 대응 시계를 앞당겼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5월 15일부터 전국 500여 개 응급의료기관과 협력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5일 앞선 시점으로, 해마다 치솟는 온열질환자 수와 사망 사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온열질환은 단순한 더위가 아니다. 장시간 뜨거운 환경에 노출될 경우 열사병이나 열탈진 같은 치명적인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실제로 지난해에는 총 3,704명의 환자가 발생해 전년보다 31.4%나 증가했다. 이 중 34명은 끝내 생명을 잃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주로 실외에서 일하다가 쓰러진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열사병은 전체 사망 원인의 94.1%를 차지하며 폭염의 위험성을 방증했다.

 

 

올해는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질병관리청은 기상청과 협업해 개발한 ‘온열질환 발생 예측 정보’를 전국과 17개 시‧도별로 시범 제공한다. 이 정보는 하루부터 3일 후까지의 온열질환 위험 등급을 4단계로 나눠 제공하며, 각 지자체와 의료기관이 현장 대응 체계를 조기에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2024년 여름에는 고령층과 실외 근로자에게 온열질환이 집중되었다. 전체 환자의 78.5%는 남성이었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30.4%를 차지했다. 발생 장소도 78.7%가 실외에서 보고됐으며, 특히 실외 작업장과 논밭이 주요 위험지대로 꼽혔다. 시간대별로는 새벽을 제외한 전 구간에서 고르게 발생했으며, 직업군별로는 단순노무직과 농업 종사자에게 위험이 높았다.

질병관리청은 감시체계 가동 기간 동안 매일 수집된 자료를 공식 누리집에 공개하며, 예측 정보도 시범 운영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폭염 대응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 보호에 나설 방침이다.

관건은 시민들의 실천이다. 폭염 시 외출 자제, 시원한 장소 이용, 수분 섭취, 어지러움·구토 등 이상 증상 시 즉시 119 신고 등의 건강수칙 준수는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은 특히 어린이, 노약자,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가족과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보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폭염은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예측과 감시, 그리고 실천. 세 가지 키워드가 이 여름을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이치저널(each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