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마다 5월 말부터 7월까지는 반달가슴곰의 짝짓기 철. 활동 반경이 크게 넓어지며, 사람과의 우연한 마주침 가능성도 높아지는 시기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이 탐방객을 대상으로 곰과의 ‘공존’을 위한 수칙 홍보에 나섰다.
국립공원공단 분석에 따르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봄철(35월)과 비교해 여름(68월)로 갈수록 곰의 평균 행동권은 약 5.3배까지 확대된다. 특히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개체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확인되면서, 이 시기 지리산을 찾는 이들은 더욱 철저한 안전 수칙 준수가 요구된다.

공단은 법정 탐방로 이외의 길로는 들어가지 말 것을 거듭 강조하며, 가급적 2인 이상 동반 산행과 소리를 내는 장비의 휴대를 권장하고 있다. 가방에 달 수 있는 종이나 호루라기, 스포츠 에어혼 등은 자신의 위치를 곰에게 인지시켜 접촉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반달가슴곰은 인간을 경계하는 습성이 강해 소리를 듣고 먼저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단은 현재까지 지리산 탐방로에서 곰이 사람 앞에 나타난 사례가 지난 10년간 10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탐방객 수가 3,200만 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반달가슴곰과 마주칠 확률은 약 320만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마주침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는 필수다. 공단은 현재 지리산국립공원 곳곳 600여 개 지점에 반달가슴곰 서식지임을 알리는 홍보 깃발과 무인안내기를 설치했으며, 가을 성수기에는 탐방로 입구에서 소리나는 물품을 무료 배부하는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탐방객 편의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는 지리산과 덕유산 주요 탐방안내소 및 대피소 등에서 관련 장비를 직접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지리산 종주능선 10곳에는 고정식 종을 시범 설치해 언제든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만약 탐방 중 실제로 반달가슴곰을 마주쳤다면, 등을 보이거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피하고 뒷걸음으로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다. 먹이를 주거나 사진 촬영을 시도하는 자극적인 행동은 곰을 위협하거나 돌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피해야 한다.
공단은 “지리산은 반달가슴곰이 안정적으로 정착한 국내 유일의 지역인 만큼,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탐방객과 지역 주민 모두가 이 사실을 인식하고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이 곰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