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라는 벽에 막혀 있던 농업 현장의 숨은 자원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날개를 폈다. 냄새와 처리 부담으로 기피 대상이던 가축분뇨가 ‘바이오차’라는 이름의 고효율 비료로 재탄생하며 농촌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정부의 규제혁신이 새로운 농업 산업을 여는 촉매가 된 셈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5월부터 ‘비료 공정규격’에 가축분 바이오차를 포함시키면서, 그간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규제개선이 현실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4월, 「비료관리법」 하위 고시를 개정하면서 가축분뇨로 만든 바이오차도 정식 비료 규격으로 인정받았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고온으로 탄화시켜 만든 고형물이다. 가축분 바이오차는 원재료인 분뇨보다 부피는 5분의 1로 줄고, 악취도 크게 줄어들며, 1톤당 이산화탄소 2톤 감축이라는 환경적 효과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확보한 바이오차는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까지는 업계의 집요한 건의가 뒷받침됐다. 특히, 가축 사육두수가 증가하면서 축산악취 민원도 폭증해 현장에서는 이를 자원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가축분뇨 배출량은 2017년 4,846만 톤에서 2021년 5,256만 톤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축산악취 민원도 2,800여 건에서 1만4천 건 이상으로 5배나 급증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제조시설 현장 확인, 전문가 협의 등을 거쳐 바이오차를 비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가축분 바이오차의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5월 13일, 경북 의성의 닭 사육 농장을 찾아 바이오차 제조공정을 점검하고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권 청장은 “생산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추가로 개선할 규제는 없는지 면밀히 살피겠다”며 “바이오차 생산과 판매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제조업체 대표는 “가 축분 바이오차의 효과성은 실증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산업 육성을 위해 국비 지원을 통한 생산기반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축분 바이오차가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고부가가치 농업자원으로 탈바꿈하면서, 농업 현장의 패러다임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기술이 전국 농가에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뒷받침을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하느냐다.

 

 

저작권자 © 이치저널(each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