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곳곳에선 ‘잠깐’ 들른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일하러 갔다가 정착하고, 배우러 갔다가 삶을 바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25년에도 전국 1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고향올래(GO鄕ALL來)’ 사업이 단순한 체험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생활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향올래’는 인구감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생활인구 유입 지원사업이다. ‘정주’ 대신 ‘체류’ 개념에 초점을 맞춰, 통근·관광·워케이션·로컬유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유입을 장려하는 방식이다. 특히 올해는 ‘워케이션(일+휴식)’, ‘런케이션(배움+휴식)’, ‘로컬벤처’, ‘로컬유학’, ‘두 지역살이’ 등 5개 분야로 확장해, 지역 특성에 맞는 체류형 프로그램이 본격 도입된다.

신규 선정된 지자체는 워케이션 3곳, 런케이션 1곳, 두 지역살이 3곳, 로컬유학 3곳, 로컬벤처 2곳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사업규모에 따라 최대 10억 원의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해 최대 2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전남 고흥
전남 고흥

 

워크앤라이프를 동시에 실현하는 ‘워케이션’ 분야에서는 강원 삼척시, 충북 청주시, 전북 진안군이 선정됐다. 삼척시는 폐교를 개조해 업무 공간을 마련하고, 청주시는 자연휴양림에 전면창 워케이션룸을 조성한다. 진안군은 치유숲을 활용한 사무환경을 통해 창의성과 집중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들 지역은 워케이션 이용객에게 지역투어, 먹거리 체험 등을 함께 제공해 지역소비로도 연결한다.

올해 처음 도입된 ‘런케이션’은 전북 무주군이 대표 주자다. ‘오감놀이학교’를 중심으로 책·음식·놀이를 매개로 한 체험형 배움공간을 운영하며, 인근 미술관·태권V랜드 등과 연계한 복합문화벨트를 구축한다. 관광이 리조트 위주로 치우쳤던 무주 지역의 중심지를 읍내로 유인해 상권 재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역과 정기적 관계를 맺도록 돕는 ‘두 지역살이’는 충남 부여군, 전남 함평군, 경북 청도군이 선정됐다. 부여군은 고택을 활용해 전통 정주환경을 제공하고, 함평군은 인문학 자산을 접목한 체험형 장기체류 공간을 조성한다. 청도군은 대구와의 근접성을 살려 창업지원센터 등과 연계한 한 달살이 프로그램으로 체류자의 일자리 탐색과 정착을 유도한다.

‘로컬유학’은 가족 단위 장기체류를 기반으로 도시 학생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강원 고성군은 직업체험 중심의 ‘고성 키자니아’, 전북 완주군은 기숙형 돌봄 시스템, 경남 거창군은 가족주택 제공과 학부모 일자리 연계를 통해 도시 가족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한다.

‘로컬벤처’는 청년과 2030세대의 창업과 이주를 유도하는 분야다. 전북 익산시는 근대역사문화가 풍부한 익산역 인근을 거점으로 생활창업 실험공간과 주거지원을 결합했다. 경북 상주시는 성신여대와 협력해 명주산업 등 지역특화 산업에 기반한 여성창업모델을 제시하며, 청년 여성 유입을 적극 유도한다.

대표 성공사례로 꼽히는 전남 고흥군의 ‘고흥스테이’는 폐건물을 리모델링해 도시민 12세대가 머물 수 있는 체류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유랑단 프로그램까지 함께 운영하며 45: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강원 인제군은 ‘산골생태유학’을 통해 도시 학생 33명이 2학기까지 연장 체류했으며, 부모를 위한 일자리 연계도 병행해 지역과의 장기관계를 유도하고 있다. 울산 동구는 유휴상가에 워케이션센터를 조성하고 해양레저와 결합한 체류 프로그램으로 월 200여 명이 방문하며 지역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앞으로도 이 같은 성공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해 지역체류 기반을 촘촘히 다져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한순기 지방재정경제실장은 “고향올래 사업은 지방이 가진 고유한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생활인구 유입과 지역소비 확산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지방소멸 대응을 넘어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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