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과학관이 오는 5월 13일부터 6월 22일까지 생물탐구관에서 물고기와 과학, 생태와 기술이 어우러지는 특별전 『어멍(魚멍): Among fishes』를 연다. 전시명 ‘어멍’은 제주 방언으로 ‘엄마’를 뜻하는 ‘어멍’과 물고기 ‘어(魚)’, 그리고 ‘멍하니 바라보다’라는 트렌디한 감성을 결합한 것으로, 물고기를 통해 치유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어류 전시를 넘어 생물학적 탐구와 과학기술적 성과를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이색 전시다. 국립수산과학원(중앙내수면연구소)이 제공한 민물고기 세밀화 20종을 시작으로 고생대 화석과 현대 어류 표본, 그리고 물고기의 나이를 측정하는 ‘이석(耳石)’까지, 생물학적 맥락에서 어류의 진화와 생태를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민물고기 생태를 기록해온 성무성 물들이연구소 대표의 자료도 함께 공개된다. 전국의 민물고기를 조사한 지도를 비롯해, 직접 촬영한 생태 사진과 영상은 시민과학의 가치를 알리고, 관람객들에게 물속 생명의 경이로움을 전한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의 협조로 전시된 살아 있는 민물고기 12종도 이번 전시의 백미다. 관람객은 어항 너머에서가 아니라 바로 눈앞에서 물고기와 마주하며 ‘멍’하게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생물체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다양한 첨단 기술이 눈길을 끈다. 서울대학교가 가오리의 ‘로렌치니 기관’을 모사해 개발한 감각 센서, 파마리서치가 연어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조직재생 물질(PDRN)을 활용한 재생 점안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상어 호흡구조에서 착안한 고속열차 터널 폭발음 저감 기술까지, ‘생체모방기술’의 최신 트렌드를 전시장 안에서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한 생태 토론과 과학문화 확산 활동도 주목된다. 오는 5월 17일에는 민물고기 및 연근해 어류의 현황과 보존을 주제로 한 전문가 특강과 함께, 어류 애호가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가 마련된다.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투표해 선정하는 ‘민물고기 보호 아이디어 톱3’도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어 5월 23일에는 전시에 자료를 제공한 국립수산과학원과 국립중앙과학관 간 업무협약(MoU)이 체결된다. 양 기관은 이를 통해 수산과학 대중화와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자료 공동 개발 등 협력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권석민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어멍: Among fishes』는 물고기를 단순한 생물이 아닌, 과학기술과 인간의 삶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도”라며 “과학적 사유와 생태적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일정, 프로그램, 참여 방법 등 자세한 내용은 국립중앙과학관 공식 누리집(www.science.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