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계절 따라 하늘을 가로지르는 철새들이 광릉숲으로 모여든다. 새벽 안개 속 날갯짓은 단지 아름다움이 아닌, 생태계가 살아 숨 쉰다는 증거이며 기후변화의 예고편이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광릉숲의 새』 발간을 통해 하늘 위 생명들의 보전 가치에 다시금 주목하게 했다.

경기도 포천과 남양주 일대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광릉숲’에는 지금까지 총 191종의 새들이 관찰됐다. 그중 계절 철새는 여름 45종, 겨울 41종으로 총 86종이 계절의 순환에 따라 이 숲을 찾는다. 원앙, 황조롱이, 솔부엉이,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은 물론,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긴꼬리딱새, 새호리기, 벌매, 긴점박이올빼미도 이 숲에 깃들고 있다.

 

청도요
청도요

 

특히 독수리, 새매, 참매, 까막딱다구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동시에 멸종위기 Ⅱ급 야생생물로, 광릉숲이 생물다양성 보전의 최전선임을 증명한다. 황로, 뻐꾸기, 흰눈썹황금새 같은 여름철새들은 이곳을 번식지로 삼으며, 나그네새로 분류됐던 쇠솔딱새는 둥지 관찰을 통해 명실상부한 여름철새로 재분류됐다.

 

양진이
양진이

 

기후위기의 그림자는 이 작은 생명들에게도 드리운다. 노랑할미새가 2025년 2월, 봄이 채 오기 전 광릉숲에 도착하는 사례가 포착되며 철새 도래 시기가 해마다 앞당겨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조류 생태의 변화가 아닌, 생태계 전반의 이상 징후로 해석된다.

『광릉숲의 새』는 단순한 도감이 아니다. 새들의 해부학적 구조부터 의사소통 방식, 둥지 짓기의 기술, 생태계 내 먹이망 역할까지 주제별로 집대성한 e-book 간행물로, 새의 진화적 기원과 현대 생태계 내 기능까지 쉽게 풀어내 교육적 가치도 높다.

 

황조롱이
황조롱이

 

특히 ‘산림성 조류’가 다양한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번식하고 살아가는지를 조망하며, 둥지의 구조·위치·재료 선택 등의 생태적 특성을 정리했다. 새는 공룡의 후손이라는 진화적 사실부터 각 조류가 갖는 생물군의 다양성까지 담아, 시민 누구나 자연의 신비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 간행물은 산림청 국립수목원 누리집(www.kna.go.kr)의 ‘연구간행물’ 코너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으며, 국립수목원은 철새를 비롯한 야생조류 보호와 생물다양성 인식 확산을 위해 생태 정보 제공을 지속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검은댕기해오라기
검은댕기해오라기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광릉숲을 찾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철새들의 보전 가치를 국민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며, “『광릉숲의 새』가 생물다양성 보전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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