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화된 흔적, 공공건축으로 되살다…산불 피해목 ‘자원 순환’의 상징 되다
산불로 검게 그을린 소나무가 공공건축물의 기둥과 벽체로 다시 서는 기적이 현실이 됐다. 단순한 복구를 넘어, 재난의 흔적을 자원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공공건축 모델이 대한민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서울 강동구에 조성된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를 통해 산불 피해목이 건축용재로 얼마든지 재활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증했다. 이 센터는 국내 최초로 산불 피해목을 구조재·외장재·데크재로 사용한 2층 규모(연면적 968.9㎡)의 공공건축물로, 단순한 친환경 시공을 넘어 재해자원의 활용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곳에는 2022년 강원·경북 산불로 발생한 피해목 98㎥를 포함해 총 134㎥의 국산 소나무가 사용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탄화층 제거 후 정밀 재질 분석을 통해 피해목 내부의 목질은 건축재로 전혀 손색없음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건축에의 본격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 건축물이 그 첫 사례가 됐다.
목재를 구조체로 활용하면 목재에 저장되는 탄소 또한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번에 사용된 목재량으로 환산한 탄소 저장량은 약 30톤. 이는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1등급 에너지 효율 자동차 74대 분에 해당한다. 목재를 쓰는 것만으로도 건축물은 ‘숨 쉬는 탄소저장고’가 된 셈이다.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는 이름 그대로 위성으로 수집한 산림정보를 분석·활용하기 위한 기술 거점이지만, 그 건물 자체가 바로 산림 회복과 탄소 순환의 실증 사례다. 이는 산불이라는 재난을 자원순환이라는 기회로 전환한 ‘순환형 건축’의 모범 모델로,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 이상민 과장은 “산불 피해목을 단순 폐기하거나 태우는 방식은 자원 낭비이자 온실가스 증가 요인”이라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피해목 활용 건축이 확대되면 자원 재활용은 물론, 산림 생태계의 복원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산림청은 산불 피해목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 기준과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지자체 및 건설업계와 공유해 활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공공건축물은 사회적 인식 변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피해목 자재 사용의 제도화를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