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숲이 아닌 진짜 숲이 도심 속 건강을 지켜낸다. 도심 속 초록의 공간인 도시숲이 미세먼지를 줄이고 폭염을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시민들의 호흡기 질환까지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5월, 도시숲의 건강 증진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숲이 조성된 인근 지역에서는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가 43.4%나 줄어드는 등 뚜렷한 공중보건 효과가 확인됐다.

경기도 시흥시의 ‘곰솔누리숲’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2006년부터 조성된 미세먼지 차단숲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은 2023년까지 17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숲 조성 전 평균 85.2㎍/㎥이던 미세먼지 농도가 43.0㎍/㎥로 절반가량 감소했으며, 호흡기 질환 진료 건수도 36,709명에서 20,776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숲이 만든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의 체감온도를 낮추는 효과도 입증됐다. 폭염이 일상화된 여름철, 도시숲은 평균 37℃의 온도를 낮추고, 습도는 9~23%까지 높여주는 등 도심 열섬현상 완화에 큰 기여를 한다. 특히 산업단지와 주거지 사이에 조성된 완충숲은 10년 만에 산업단지 내 미세먼지를 32%, 주거지의 미세먼지를 46.8% 줄이는 성과를 나타냈다.

도시숲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기후 위기를 대응하는 탄소흡수원이며, 대기오염을 차단하는 방어선이고, 도시의 생태 균형을 지키는 거점이다. 그린인프라로서의 가치는 이제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은 “도시숲은 단지 나무를 심는 일이 아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생활권 인프라로서 접근해야 한다”며, “양적 확대는 물론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더 촘촘히 마련해, 도시숲이 공공정책의 핵심 수단이 되도록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도시숲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시민의 숨을 쉬게 하고, 기후 위기의 방파제가 되어주는 이 ‘녹색 인프라’는 가장 값진 공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병원 진료 줄이는 숲, 폭염 막는 숲, 공기를 정화하는 숲. 도시숲은 지금 이 도시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