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지식재산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발명의 날 60주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특허청이 발표한 ‘최다 특허 및 상표 등록 권리자’ 명단은 단순한 통계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과 기술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허 1위는 삼성전자, 상표 1위는 아모레퍼시픽. 기술과 브랜드의 양대 축을 대표하는 이 기업들이 어떤 기록을 세웠고, 이것이 한국 산업 지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명한다.

지식재산권 등록 1위 자리를 꿰찬 삼성전자는 총 134,80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전체 등록 특허의 5%를 차지하는 규모다. 반도체, 이동통신기기, 스마트가전 등 첨단기술 전 분야에 걸친 누적된 기술력이 만들어낸 수치다. 반면, 상표 등록 최다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무려 16,514건의 상표를 등록하며 브랜드 파워의 정점을 찍었다. ‘설화수’, ‘헤라’ 등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이름들이 모두 이 회사 소속이다.

삼성전자의 특허 행보는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니다. 1969년 전자사업 진출 이후 꾸준히 쌓아온 기술 포트폴리오는 한국의 수출 주력 산업 구조를 반도체 중심으로 이끈 결정적 요인이다. 최근 1년 동안에도 5,255건의 특허를 새로 등록하며 기술적 우위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 기술력이 곧 국력인 시대, 삼성은 명실상부한 기술 주권의 핵심축으로 작동 중이다.

특허 등록 2위는 LG전자(77,802건), 3위는 현대자동차(54,305건), 4위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주목받는 SK하이닉스(39,071건), 5위는 OLED 및 QD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LG디스플레이(28,544건) 순이다. 이들 기업 모두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술중심 대기업이다.

 

 

상표 분야는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소비자 접점에 있는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보이는 지식재산’으로서의 상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2위는 LG생활건강(15,969건), 3위는 아모레퍼시픽그룹(9,357건), 4위는 CJ주식회사(9,317건), 5위는 롯데지주(9,272건) 순이다.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 분야에서 브랜드 전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으며, 다등록 상표는 그들의 무기이자 방어선이다.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제도는 1946년 특허법, 1949년 상표법 제정 이후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왔다. 1909년 정인호 선생의 말총모자 특허 등록에서 시작된 한국 특허 제도는, 광복 이후 본격화되며 2024년 말 기준 누적 270만 건 이상의 특허 등록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특허청은 오는 2027년 특허 300만호, 2029년 상표 300만호 달성을 예측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은 더 이상 법률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기술 경쟁력, 산업 체력, 국가 전략과 직결된다.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 출원 세계 1위, 전체 출원 건수 세계 4위라는 위상을 자랑한다. 특히 국내 기업과 연구소, 개인 발명가들이 일궈낸 지식재산은 세계 5대 특허 강국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김완기 특허청장은 “이번 발표는 산업의 역사이자 혁신의 기록이다. 우리 기업들이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서도 지식재산을 무기로 삼아 경제와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는 기술이 만든다. 그리고 그 기술은 ‘보호받는 아이디어’, 즉 특허와 상표라는 형태로 존재한다. 누가 더 많이, 더 빨리, 더 치밀하게 지식재산을 축적하고 있는지, 이 데이터는 산업 지형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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