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숲이 만나는 길, 임도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산림경영의 수단을 넘어, 국민 여가와 산림복지의 거점으로 진화하는 임도. 지금 이 변화의 최전선에서 산림청이 ‘아름다운 임도 100선’을 찾는다. 생존을 위협받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숲을 향한 시민의 발걸음을 이끄는 길. 그 길 위에서 대한민국 산림의 미래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산림청은 6월 30일까지 전국의 시·도, 시·군·구, 지방산림청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임도 100선’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번 공모를 통해 단순히 산림경영을 위한 기반시설로서의 임도가 아닌, 관광과 여가, 레포츠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사례들을 발굴할 계획이다. 접수된 후보지는 산림관광, 임도관리, 경관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8월 말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임도의 개념은 이제 ‘산불진화용 임도’나 ‘목재 수송로’라는 좁은 정의를 벗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대전 계족산 임도를 따라 조성된 걷기길이나, 강원 양양 서면의 힐링 트레킹 코스가 있다. 이는 단순한 경관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원주에 조성된 산악자전거(MTB) 파크, 청송의 사과 산악마라톤, 순창 섬진강 트레일 레이스, 사천 MTB 대회 등은 관광과 체험, 소비를 결합해 지역에 실질적 수익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산림휴양형 임도’는 전국에 140개소, 1,163km에 달하며, ‘산림레포츠형 임도’는 53개소, 총 연장 624km로 구축돼 있다. 이들은 생활권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며, 주말마다 수많은 시민들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이러한 임도는 코로나19 이후 실외활동 수요가 급증한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급부상했다.
임도는 이제 단지 ‘숲속 길’이 아니다. 생태관광과 지역 생존, 국민 건강까지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낙후된 농산촌 지역에 임도를 중심으로 관광 인프라가 조성되면, 젊은 세대의 귀향과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역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막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박은식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임도는 숲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자,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시설”이라며, “매년 임도 조성과 활용을 확대해 지역경제 회복과 국토의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아름다운 임도 100선’ 공모는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변화와 실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임도를 다시 본다는 것은, 곧 우리 삶의 방향을 다시 정하는 일이다. 지역의 길이자 숲의 길, 그리고 미래를 여는 길. ‘아름다운 임도’가 그 새로운 시작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