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의 설계기준이 강화되고 구조개량이 대폭 확대된다. 산림청(청장 임상섭)은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강우 증가에 대비해 ‘안전임도 조성계획’을 수립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계획은 장마철과 집중호우기 이전 전국 임도를 전수 점검하고, 응급조치와 구조개량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기존 임도의 길너비를 3m에서 5m로 확장해, 모든 임도를 산불진화 임도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지난 4월 2일 임도 설계기준을 대폭 개정했다. 기존에는 100년에 한 번 발생할 확률이 있는 강우량(100년 빈도 확률강우량)의 1.2배 수준으로 설계했지만, 이제는 최근 5년간의 극한 호우 상황을 반영하거나 100년 빈도 확률강우량의 2배 수준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설계 기준을 사실상 두 배 강화한 것으로, 임도 내 배수구, 교량, 암거 등 주요 구조물의 안전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임도의 안전성을 높이는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림청은 매년 200km 이상의 기존 임도를 구조개량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노후한 시설을 정비하는 수준을 넘어, 집중호우와 같은 극한 자연재해에도 견딜 수 있는 임도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조치는 긴급한 필요성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시간당 50mm 이상 강우 횟수는 2000년대 14회, 2010년대 16회 수준이었지만 2024년에는 24회로 급증했다. 또한, 2024년에는 전체 연간 강우량의 약 79%가 장마철에 집중되어 임도의 붕괴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안전한 임도의 필요성이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안전임도’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상지대학교 이학준 교수는 “산불진화 임도의 건설 단가는 농어촌도로와 비교해도 약 2배 수준”이라며, “재난 복구단가와 비교하면 최대 3.5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4년 상반기 나라장터 공고 기준 산불진화임도의 건설 단가는 1km당 3억3400만원인 반면, 농어촌도로는 7억3600만원이다. 재난 복구단가 기준으로는 산불진화임도가 1km당 3억5200만원, 농어촌도로가 12억1700만원에 이른다. 이 교수는 “임도를 안전하게 설치하려면 공법을 개선할 수 있는 충분한 건설 단가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산림청은 이러한 재정 문제를 인식하고,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민·관 합동 안전점검단을 구성해 장마철과 집중호우기 이전에 전국 임도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에는 예산확보와 함께 기술개발 및 안전관리 제도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박은식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임도는 산림재해 예방과 산불진화, 나아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반시설”이라며, “극한기후에 대비해 임도를 더욱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술력 향상과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이번 안전임도 조성계획을 통해 단순한 임도 정비를 넘어, 산림재난에 강한 스마트 임도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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