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꽃으로 말하고 있다. 겨울 내내 땅속에서 봄을 준비해온 수선화와 튤립이 서울식물원 곳곳에서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 단순한 꽃구경을 넘어, 자연의 주기와 생명의 색채가 한껏 살아난 도시의 봄. 지금 이 순간, 서울식물원이 가장 아름답다.

서울식물원은 가을부터 심어온 튤립과 수선화, 무스카리, 알리움 등 12만 구 이상의 구근 식물들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고 밝혔다. 이 봄꽃들은 주로 호수원과 주제원 일대에서 가장 활짝 피어 있어, 카메라를 든 시민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노란색과 흰색이 대비를 이루는 수선화 정원은 생동감 그 자체를 전하며, 햇살 아래 빛나는 튤립길은 서울 봄 사진의 새로운 성지로 떠올랐다.

 

 

호수원을 따라 이어지는 800m의 튤립길은 그저 걷기만 해도 시각과 감각을 모두 자극한다. 높낮이와 색감의 배치가 조화를 이룬 이 길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꽃 속을 걷는 경험'을 선사한다. 무심한 산책객도 걷다 보면 어느새 카메라를 꺼내게 되는 이유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약 2만 구가 심어진 원종 튤립이다. 일반 튤립보다 키가 작고, 형태가 다소 야생화에 가까운 이 튤립은 인위적이지 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붉은빛, 보랏빛, 주황빛 등 원색에 가까운 자연의 색감이 살아 있어 도심 정원에서 보기 드문 정제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정원이 아니라 작은 자연이다.

 

 

튤립과 수선화 외에도 식물원 곳곳에는 보랏빛 알리움, 향기로운 히야신스, 그리고 무스카리의 은은한 푸른빛이 조화를 이룬다. 꽃의 색이 아니라 향기와 질감까지 공간을 채우며, 서울식물원은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계절 그 자체가 된다.

서울식물원은 크게 주제원, 호수원, 열린숲, 습지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주제원만 유료 입장 구역이다. 나머지 공간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평일 낮의 산책부터 주말 가족 나들이까지 모두에게 열려 있다. 특히 식물원 내부는 길게 이어지는 동선 위에 다양한 봄꽃이 구간별로 분산되어 있어, 단순히 한 장소에서 보는 꽃이 아니라 '걷는 동안 만나는 꽃의 흐름'을 경험하게 한다.

이 봄의 절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4월 이후에도 샤스타데이지, 붓꽃, 작약, 수국, 장미, 빅토리아수련, 코스모스 등 계절 따라 다른 얼굴의 꽃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서울식물원은 단지 ‘지금 예쁜 곳’이 아니라 ‘계절마다 다시 찾아야 할 곳’으로 시민 곁에 남는다.

서울식물원장 박수미는 “도심 속에서 자연의 순환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정원을 지속적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으며, “봄꽃이 절정을 이루는 지금, 시민 모두가 이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꽃은 말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식물원은 분명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지나친 계절을 되돌아보게 하고, 숨가빴던 일상에 잠시 멈춤을 건네며, 다가올 시간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게 자연이 주는 가장 조용한 위로다. 그리고 지금, 서울식물원은 그 위로로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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