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변했다. 봄밤의 한강은 낮의 활기 대신 고요한 빛으로 시민을 맞는다. 서늘한 바람, 잔잔한 수면, 그리고 도시의 불빛이 뒤섞인 물빛 위로 사람들이 걷는다. 단순한 산책이 아니다. 서울시가 준비한 ‘한강야경투어_봄’은 서울의 밤을 깊이 들여다보는 체험이다. 바쁜 일상에 밀려 지나치던 도시의 낭만을, 이제는 천천히 걸으며 느끼게 된다.

오는 4월 25일부터 6월 14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서울시는 ‘힐링’을 테마로 한 특별한 야간 도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반포달빛길’과 ‘여의별빛길’ 두 코스로 나뉜 <한강야경투어_봄>은 단순한 걷기 행사가 아니다. 전문 해설사가 동행하며 각 장소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별빛 아래 감성적인 체험을 더해 야경 속 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반포한강공원 코스인 ‘반포달빛길’에서는 서래섬을 지나며 수초 사이로 흔들리는 불빛을 보고, 세빛섬의 미디어아트가 수면에 그려내는 형형색색의 영상 속을 지난다. 그 길의 정점은 ‘달빛무지개분수’다. 세계 최장 길이의 교량분수가 쏟아내는 물줄기는 음악과 함께 춤추고, 이어지는 잠수교 위에서는 다리 전체가 보행자에게 열리며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을 만든다.

 

 

반면 여의도 코스인 ‘여의별빛길’은 도심 속 공원이 예술의 무대로 바뀌는 경험을 제공한다. ‘한강예술공원’에서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조형물이 감성을 자극하고, 여의나루에서는 잔디밭 너머 반짝이는 마포대교의 야경이 시선을 끈다. 물빛무대와 물빛광장은 이름처럼 밤의 윤슬과 도시 조명이 어우러진 장면을 완성한다. 이곳은 단순한 다리도, 광장도 아니다. 서울의 밤이 머무는 장소다.

이 투어가 특별한 이유는 코스 자체보다 그 안에 준비된 이야기와 체험 때문이다. 반포달빛길에서는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무드등을 만드는 체험이 진행된다. 이 작은 빛은 투어가 끝난 뒤에도 집 안에서 계속해서 한강의 기억을 비춘다. 여의별빛길에서는 종이배에 소원을 적어 피아노물길에 띄우고, 야경 포토존에서는 반짝이는 강변을 배경 삼아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각각의 체험은 기억을 선물로 남긴다.

프로그램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90분간 진행된다. 성인뿐 아니라 보호자 동반 시 어린이 가족도 참여 가능하다. 신청은 ‘한강이야기여행’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며, 신청일 5일 전까지 접수하면 랜덤 추첨 방식으로 결과가 개별 안내된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

이번 프로그램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서울시는 9월부터 10월까지 ‘한강야경투어_가을’을 운영할 계획이다. 봄밤의 꽃과 물결, 가을밤의 바람과 낙엽, 그리고 한강. 서울의 중심을 흐르는 이 강이 계절마다 다른 풍경으로 시민을 초대한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 박진영은 “<한강야경투어>는 바쁜 도시 속에서 오롯이 걷는 감성을 되찾는 기회”라며 “봄밤의 향기와 야경, 시민들의 낭만이 한강에서 만나는 순간을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의 밤은 단지 어두운 시간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기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는 빛의 흐름이다. 한강야경투어는 그 흐름을 걷는 방식으로 선물한다. 도심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해가 진 뒤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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