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 전, 먼저 찾아온 경고다.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2025년은 더 이른 시기부터 꽃가루와의 전쟁을 예고한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달력’ 최신판에 따르면, 전국 8개 주요 도시에서 수목류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시점이 평균 3일 이상 빨라졌고, 일부 지역은 무려 일주일이나 앞당겨졌다. 더 이상 4월 중순부터 마스크를 준비하면 늦는다.
가장 빠르게 반응한 도시는 제주. 수목류 꽃가루의 시작 시점이 무려 7일 앞당겨졌고, 중부권도 평균 5일, 남부권 역시 1일 빠르게 움직였다. 오리나무, 측백나무, 참나무 같은 고농도 알레르기 유발 식물들이 봄 공기를 먼저 점령하면서, 등산이나 공원 산책이 고통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꽃가루가 공기 중에 머무는 기간은 평균 4일 줄었지만, 짧고 굵게, 더욱 강하게 퍼진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농도’다. 은행나무는 알레르기 유발성은 높지 않지만, 꽃가루 농도 자체가 짙어져 도심 속 알레르기 유발 요소로 부상했다. 그동안 가볍게 여겼던 도시 속 나무들이 실내외 호흡기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잔디류의 꽃가루는 또 다른 문제다.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공격하는 잔디 꽃가루는 알레르기 반응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관측된 변화는 제주에서 특히 심각했다. 잔디 꽃가루의 날림 기간이 무려 34일이나 늘어났고, 그 차이는 중부권 10일 감소, 남부권 3일 감소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특정 지역에선 사계절 내내 꽃가루 위험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가을철을 대표하는 잡초류는 새로운 경보 대상이다. 돼지풀과 쑥은 날림 시작 시기가 전국 평균 일주일 빨라졌고, 환삼덩굴은 오히려 일주일 늦춰졌다. 이 조합은 가을 내내 끊이지 않고 꽃가루가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도심 외곽, 하천변, 나지 주변을 중심으로 한 야외 활동은 높은 주의가 필요하다. 꽃가루 달력이 말하는 변화는 단순한 날림 시점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의 일상, 건강, 공공정책에 직결되는 경고다.
꽃가루 농도 분류 방식도 과학적으로 진화했다. 꽃가루 날림 수준은 '조금(하위 50%)', '흔함(5075%)', '많음(7587.5%)', '매우 많음(87.5~100%)'의 4단계로 세분화됐다. 단순한 체감이 아닌 데이터 기반으로 개인의 대응 전략을 짤 수 있게 된 셈이다. 국민들은 국립기상과학원 누리집을 통해 꽃가루 달력과 함께 알레르기 유발 식물 정보, 오늘의 꽃가루 지수, 채집 및 검경법까지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기상청은 이번 달력을 기존 20072017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된 2019년판에서 진일보한 형태라고 자평했다. 최근 11년간(20142024년) 관측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 만큼, 현장성 높고 실질적 대응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꽃가루는 공기 중의 미세한 존재지만, 인간의 면역 시스템을 직접 자극하는 강력한 외부 요소다. 단순히 기침, 콧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천식, 비염 등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질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마스크 착용, 야외활동 시기 조정, 공기청정기 활용 등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2025년의 봄, 꽃가루는 더 빠르고, 더 오래, 더 진하게 온다. 정보가 생존의 무기가 되는 지금, 꽃가루 달력은 개인 건강 관리의 필수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