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화학, 우주, 생명까지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딪히는 이틀. 국립중앙과학관이 여는 과학의 축제 한가운데서 누군가는 과학자가 되고, 누군가는 세상을 바꿀 호기심 하나를 얻는다.
‘놀다 보면 과학자’가 되는 진짜 과학놀이 한마당, 2025 제54회 과학의 날(사이언스데이)이 4월 12일부터 13일까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다.

이번 과학의 날은 그저 즐기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 기획부터 운영까지 청소년이 직접 참여해 ‘놀이’라는 껍질 속에 생생한 과학적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과학체험관’이다. 전국의 과학동아리 학생들이 준비한 60여 개의 체험 부스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작은 실험실이다. 여기에 공공기관과 기업이 만든 전문 체험관까지 더해지며, 축제는 어느새 살아 있는 과학 교과서가 된다. 체험은 현장 선착순으로 참여 가능하다.
이 체험관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구역은 ‘항공 이동수단 기술 체험존’. 열기구 풍선을 직접 만들고, 항공모의시험기를 조종하고, 드론의 원리를 체험하는 등 ‘하늘을 나는 기술’이 현실로 구현된다. 과학관이 직접 기획한 이 공간은 비행의 원리에서부터 항공 과학사의 흐름까지 한눈에 보여주는 살아있는 전시다.

과학을 잘 설명하는 사람도 과학자다. 그래서 이번엔 말로 과학을 전하는 ‘주니어 과학소통가 경진대회’도 열린다. 영상 예선을 통과한 8명이 야외무대에서 본선을 치르며, 우승자에겐 총 300만 원 상당의 상품과 국립중앙과학관장상이 주어진다. 과학을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즐기고 나누고 전파하는 능력까지 키우는 대회다.
전시를 단순히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전시관 탐험임무 행사는 한국과학기술사관, 자연사관, 인류관, 미래기술관을 누비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뽑기판으로 기념품도 얻는다. 특히 미래기술관은 기존 안내시스템을 ‘지능형 도시 도난사건’이라는 새로운 게임형 콘텐츠로 전환, 관람객은 스마트시티를 무대로 사건을 풀어가며 과학기술을 학습하게 된다.
가장 큰 환호성과 경쟁심이 터지는 곳은 ‘과학 생존 퀴즈쇼’다. 초등학생 100명이 한 무대에서 과학 상식을 두고 승부를 벌이는 본 행사는 양일간 총 5회 진행되며, 최후의 1인을 가리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열린다. 온라인 신청이 기본이나, 현장에서도 선착순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문제는 어렵지만 분위기는 축제, 이 퀴즈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의 인기 콘텐츠로 예상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종이접기와 트리즈(TRIZ)를 엮은 창의력 강연, 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을 감상하는 공연,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까지, 온몸으로 즐기고 머리로 깨우치는 프로그램이 곳곳에 숨어 있다. ‘강의’가 아니라 ‘체험’으로 채워진 진짜 과학 잔치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올해로 개관 80주년을 맞았다. 오랜 시간 동안 과학문화의 허브였던 이곳은, 이제 아이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는 실험장이자 놀이터가 되었다. 과학의 날은 그 축제의 핵심이다. 지금은 단순한 놀이처럼 보이겠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이 자리에서 생애 첫 실험을 했다고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과학의 날에 놀러 가는 건 그냥 노는 게 아니다. 미래를 만드는 준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