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년 만에 다시 펼쳐지는 조선 왕실의 위엄, 종묘 정전 환안제. 이 역사적인 순간을 앞두고, 시민 누구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사전 체험 공간이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 마련됐다. 4월 11일부터 19일까지 9일간 진행되는 이번 체험은 별도 예약 없이 자유롭게 참여 가능하며, 대면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소원나무 만들기’다. 종묘 신주(神主)를 모티브로 한 신줏단지 모양의 소원지에 각자의 소망을 적어 직접 나무에 걸어보는 방식. 이 소원나무는 참가자들의 염원을 담아 완성된 후, 4월 20일 종묘 정전 환안제 당일, 종묘 외대문 입구에 전시된다. 조선의 제례 문화에 소원을 담는다는 상징적 체험은, 전통을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온라인에서도 참여는 이어진다. ‘1836년으로의 시간여행 - 내가 환안반차도 속 인물이라면?’이라는 성향 검사 형식의 프로그램은, 『종묘영녕전증수도감의궤』에 수록된 반차도 속 인물 중 본인의 성향과 맞는 인물을 찾아준다. 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참여자는 해당 인물이 새겨진 책갈피를 직접 만들고, 전통 노리개까지 달아 나만의 기념품을 완성할 수 있다. 오직 하루 400명, 선착순으로만 참여 가능한 이 책갈피 만들기 체험은 소장 가치가 높다.
해당 온라인 검사는 종묘 정전 환안제 공식 체험 사이트(https://simte.xyz/jongmyo)와 궁능유적본부 인스타그램(@royalpalaces_tombs)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검사 결과를 댓글로 남긴 참여자 중 10명을 추첨해 커피 교환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돼 있어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체험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1836년, 헌종 2년에 이르러 지금의 종묘 정전과 영녕전 형태가 완성되며 기록된 『종묘영녕전증수도감의궤』는 왕실 건축과 제례 문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 의궤 속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반차도는 왕실 신주를 옮기는 장면이 채색으로 그려져 있어 당시 의식의 격식과 구성, 인물의 역할을 생생하게 전한다. 바로 그 장면을 기반으로 한 체험이기에, 참여자는 자연스럽게 조선 제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게 된다.
한편, 행사 준비로 인해 4월 19일에는 창덕궁의 관람 시간이 낮 12시까지만 제한되며, 4월 20일 환안제 당일에는 창덕궁과 종묘의 일반 관람이 전면 중지된다. 현장에서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사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환안제가 지닌 역사적 의미와 그 유산의 가치를 국민에게 더욱 친숙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단순히 구경하는 전통 행사를 넘어, ‘내가 참여하는 역사’로 만들어가는 자리. 조선 왕실의 위엄과 백성의 소망이 함께 걸리는 이번 특별한 체험은, 분명히 놓치기 아까운 봄날의 문화 향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