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한 혼례비나 자녀양육비로 발등에 불 떨어진 이들을 위한 숨통이 트였다. 근로복지공단과 IBK기업은행이 손잡고 생활 필수자금이 필요한 저소득층 근로자, 노무제공자, 1인 자영업자를 위해 초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새로운 융자사업을 5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닌, 공공기관이 직접 개입해 이자 부담까지 낮춘 이례적 협업이다. 정부 예산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던 기존 생활안정자금 융자 방식에 민간 금융을 결합해, 대상자 수와 혜택 폭을 대폭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사업 이름은 ‘생활안정자금 이차보전 융자’. 말 그대로 근로자가 대출을 받으면, 그중 일부 이자 비용을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부담해주는 구조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에서 신용도에 따라 5.8% 금리로 책정된 대출이라면, 공단이 이 중 3%를 보전하고, 나머지 2.8%만 근로자가 실제 부담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연 1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풀릴 예정이며, 공단은 총 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
대상자는 중위소득 이하 근로자·노무제공자·1인 자영업자로, 혼인신고 후 1년 이내이거나 7세 미만의 영유아를 양육 중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1인당 대출한도는 최대 1,000만 원이며, 기존 생활안정자금 융자 대상자인 경우 이차보전 융자와 중복 가능성도 존재한다. 단, 개인의 신용등급과 대출한도 조건에 따라 중복 적용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공단은 이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료비, 혼례비, 장례비 등 다양한 필수자금을 담보 없이 연 1.5% 저금리로 융자해주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예산의 한계로 인해 더 많은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은행 자금을 활용한 이차보전 모델을 추가 도입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공적 금융안전망이 민간 자금과 결합한 첫 사례다.
이번 조치로 실질적 수혜자는 기존 연 2만 명에서 2배인 4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신청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근로복지넷(welfare.comwel.or.kr)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공공마이데이터 및 행정정보 공동이용 시스템에 동의하면 별도 증빙서류 제출 없이도 처리가 가능하다. 특히 중위소득 50% 이하(3인 가구 기준 약 252만 원)의 경우, 기존 공단 융자도 동시에 고려할 수 있어 저소득층에겐 맞춤형 금융지원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근로복지공단 박종길 이사장은 “이번 협약은 더 많은 취약근로자가 시급한 자금 필요 상황에서 금융문턱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공단과 은행 간 협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운영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융자제도는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닌, 정부의 사회안전망과 금융기관의 책임금융이 결합한 대표적 사례로, 앞으로 근로복지정책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복지제도가 놓치고 있던 ‘금융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 보완의 성격도 강하다.
생활고로 결혼을 미루거나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이번 사업은 단순한 대출 그 이상이다. 복잡한 담보도, 고금리 걱정도 없다. 공공기관의 손으로 이자까지 줄여주는 전례 없는 정책, 제대로 알리고 적극 활용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