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이 품은 나무들이 단순한 경관 요소를 넘어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자원이 되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식목일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산과 들에 자생하는 수목들 중 일부는 일반적인 나무보다 2배 이상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된 자생수목 10종은 단순한 수목 목록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우리나라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생물종이다. 상수리나무, 물박달나무, 소나무, 졸참나무, 들메나무, 갈참나무, 곰솔, 떡갈나무, 가래나무, 굴참나무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이 나무들이 탄소중립 시대에 다시 조명받고 있다.

특히 상수리나무는 1그루당 연평균 30.12㎏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자생수종 중 가장 탁월한 탄소흡수 능력을 보였다. 그 뒤를 잇는 물박달나무는 21.51㎏, 소나무는 20.15㎏, 졸참나무는 18.93㎏, 들메나무는 18.21㎏을 기록하며 각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추정치가 아니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23년부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치악산, 북한산, 태안해안, 월악산, 속리산, 계룡산, 주왕산, 덕유산, 가야산, 경주 등 총 14개 국립공원에서 자생 식물 84종을 대상으로 정밀한 탄소흡수량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1그루당 7.37㎏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번에 발표된 상위 10종은 이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공단은 자생수목의 탄소흡수량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기여도, 생육 안정성, 생태계 내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들 10종을 선정했다. 이 중 활엽수가 8종, 침엽수가 2종 포함됐는데, 이는 단순한 나무 모양의 차이를 넘어 광합성과 생태계 순환 방식에서의 차이를 반영한 결과다.
한편, 탄소흡수량이 가장 낮은 나무로는 굴참나무가 꼽혔으며 15.36㎏/그루의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평균보다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다시 말해, 이번에 선정된 10종 모두가 국내 평균 탄소흡수량을 크게 상회하는 고효율 자생수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공원공단은 올해까지 총 23개 국립공원 전 지역에 대해 자생식물의 탄소흡수 데이터를 집대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별로 기후특성과 입지조건에 맞는 수종 정보를 제공하고, 탄소흡수 효율이 높은 나무를 중점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공단 측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나무를 어디에 심어야 가장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지를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며 "자연이 가진 탄소저장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동시에 생태계의 건강성도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시대, 나무 한 그루가 갖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립공원 자생수목 10종이 단지 식목일의 권장 수종을 넘어서,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법 중 하나로 주목받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