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도 아까워 오늘 밤,
담쟁이 넝쿨 한 뼘 자랐다
허공을 더듬어 길을 낸다는 것,
손닿는 어느 기둥이라도 붙잡고 휘감아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건
그 자체가 부여안고 가야 할
자신의 삶이기 때문이다
멈추어 있는 것은 삶을 멈추는 일
달빛도 숨쉬는 것도 아까웠던
한 생애가 손을 뻗는다
두고 봐라, 손톱만한게 한 뼘되고
한뼘이 길이 되어 끝내 당도할 그 어디,
거기 고마운 당신이 있을까
삶이여, 넝쿨 같은 삶의 눈물 겨움이여......
시인 이정하 -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 오라
괜찮아, 상처도 꽃잎이야/산문집 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장편소설 나비지뢰
시 감평 / 시인 박선해
이상과 현실에는 추구욕이라는 성향차가 있다. 어떤 물상을 두고라도 뜻대로 다 되고 다 할것은 없다. 접근과 존재의 의미로 시를 본다. 우리는 지혜롭게 사유하기 위하여 수많은 학문을 찾는다. 용해하여야 뇌를 정화 시킨다. 선량한 목표는 내일을 위한 정당한 빛이다. 뼘은 과거로부터 미래를 잇는 유년들이나 어른이나 생활의 잣대로 민족성을 지닌 단어다. 형형색색의 현란한 거리든 한적한 초록 풍경 가득한 공원이나 그 머무를 삶의 안착지는 같다. 시에서 '한 뼘이 길이 되어 끝내 당도할 그 어디'는 우리가 넓게 마친 인생길의 귀착점이리라. 서로를 포근하고 안온하게 감싸 안을 정성을 기울여 읽어 낸다. '거기 고마운 당신이 있을까' 어딘가 닿을 듯 언어의 울림이 충만하다.
저항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서정적인 일상이 비행하는 하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