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첫째 초록이(가명)가 A대학교 B학과에 붙었어요.
(중략)
선생님이 쓴 글 읽고 힘이 나요. 힘들 때마다 한 번씩 들여다 보네요.
나중에 에세이 책 내세요.”
지난 금요일 퇴근 무렵에 받은 톡의 내용이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담당했던 아동의 어머니가 보내 준 톡이다. 엄마 혼자 네 자매를 키우고 있다. 그중 장녀가 이제 대학생이 된다. 처음 만났을 때 중학생이던 아이가 대학생이 된다고 하니 또 그만큼 시간이 흘렀음을 느끼게 된다. 대상자와 담당 사회복지사로서의 인연이 끝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고 힘들 때 내 글이 힘이 되고, 기쁜 순간에 생각나는 사람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참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다.
내가 처음 사회복지 현장에 발을 디딘 것은 2005년이었다. 그 당시 고3이던 아이들 중 두 아이와 아직까지 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 녀석은 10년 넘게 연애를 한 여자친구와 결혼하여 딸 아이를 둔 아빠가 되었고, 한 녀석은 이제 곳 엄마가 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두 녀석은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처음 만났던 가장 큰 아이들이라 더욱 각별하다.
13년간 사회복지현장에서 사업기관의 성격에 따라 많게는 2,000명, 적게는 50여 명의 아이들을 담당했었고, 수천 개의 사연을 마음에 담았다. 그 중 아직까지 연이 닿아 있는 아이들과 부모님은 수십 명 정도다. 세월이 지나고 각자의 삶을 살기에 바쁘다 보면 서로 잊혀지기가 일쑤니까.
하지만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해 보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다. 내가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을 마감하게 될 때,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만나서 인연을 이어온 사람들을 초대해서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는 일이다. 그때 쯤이면 지금 초등학생인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 있을것이고... 부모님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잊혀지는 경우도 있을 테고.
2001년에 시작해서 2002년에 막을 내린 “상도”라는 드라마가 있다.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을 많이 하고 유튜브로도 중요한 에피소드를 볼 수 있다. 그 드라마에 20년이 다 되도록 잊혀지지 않는 명대사가 있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상도의 주인공 임상옥은 스승의 가르침이었던 이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지켜내며 살았다. 사회복지는 장사와 다르다. 그렇지만 사람을 남겨야 한다는 점은 장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 내가 담당하는 가정과 아이들의 어려움을 나와 내 아이들의 어려움처럼 고민하고, 나라면... 내 아이들이라면... 나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것이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