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무대는 종종 그 시대의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쾌락과 허무, 죄와 심판, 인간 내면의 이중성과 도덕적 갈등까지—모차르트의 불후의 명작 《돈 조반니》는 그 어떤 고전보다도 오늘의 시대를 예리하게 관통하는 작품이다.

 

 

(사)베세토오페라단은 오는 2025년 7월 4일(금)부터 6일(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전설적인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며, 한국 오페라사에 또 하나의 전환점을 찍겠다는 야심 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번 무대는 단지 한 편의 오페라 공연이 아니다. 이는 한국 오페라의 품격과 예술적 깊이를 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선언이자, 한국 관객에게 던지는 존재론적 질문이다.

《돈 조반니》는 흔히 "오페라의 오페라"로 불린다. 단지 음악적으로 완벽해서가 아니다. 이 작품은 절대적 미덕도, 명확한 악인도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예술적으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통해 한 남자의 추락과 종말을 그리면서도, 철저히 인간적이며, 때로는 매혹적인 인물로서의 '돈 조반니'를 창조했다. 그의 종말은 파멸이라기보다, 본성의 끝에서 마주하는 진실이다.

 

강화자 예술총감독 
강화자 예술총감독 

 

연출은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이자 베세토오페라단의 예술총감독 강화자 이사장이 맡는다. 강화자 감독은 단순히 아름다운 무대를 넘어, 심리적 서스펜스와 인물 간의 갈등을 미세하게 직조하는 무대 연출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그는 이번 연출에서 “돈 조반니가 단순한 악인이 아닌, 오늘날 우리 사회 속 인간 군상 중 하나로 재해석될 수 있는 인물임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권용진 음악총감독
권용진 음악총감독

 

이번 공연에서 음악총감독을 맡은 권용진 교수는 이미 ‘피가로의 결혼’을 통해 국내외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흥미로운 캐릭터의 나열이 아닌, 인간의 욕망과 도덕,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찰로서의 오페라”로 해석한다. 권 교수는 특히 ‘돈 조반니’가 가진 양면성—즉 무자비한 쾌락주의자이면서도 깊은 존재의 외로움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성—을 음악적으로 극대화할 계획이다.

 

지리 미쿨라(체코 프라하 국립오페라단 출신) 지휘자ㅣ
지리 미쿨라(체코 프라하 국립오페라단 출신) 지휘자ㅣ

 

이번 무대에는 지리 미쿨라(체코 프라하 국립오페라단 출신)의 섬세하고 정교한 지휘, 홍민정 연출가의 감각적 무대 언어, 그리고 강순규 기획자의 완성도 높은 제작 시스템이 삼위일체처럼 결합되어 오페라 본연의 예술성과 무대 예술의 현대성을 동시에 구현할 예정이다.

 

홍민정 연출가
홍민정 연출가

 

또한,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 늘해랑리틀싱어즈합창단, 그리고 랑유예술단의 특별 출연까지 더해져, 무대는 한 편의 살아 있는 예술작품처럼 구성된다. 특히 어린이 합창단의 등장은 작품 후반부에서 감정적 대비를 극대화하며, 도덕적 해석의 복선을 풍부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강순규 기획·제작감독

 

이번 공연의 성악진 또한 국내 오페라계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돈 조반니 역은 우경식, 박정민, 임창한이 맡으며, 각각의 해석을 통해 다양한 조반니의 층위를 보여줄 예정이다.

 

손혜수 레포렐로 Bass
손혜수 레포렐로 Bass

레포렐로 역의 손혜수, 김지섭은 주인공의 ‘그림자’ 역할로서 관객에게 때론 해학적으로, 때론 서늘하게 진실을 드러낸다.

돈나 안나, 돈나 엘비라, 체를리나 등 세 명의 여성 캐릭터는 돈 조반니라는 남성을 통해 각기 다른 상처와 욕망, 윤리를 대변하는데, 이 역할에는 손주연, 나정원, 박상영, 김라희, 세린 드 라봄, 강혜명 등 화려한 여성 성악진이 출연한다.

각 인물의 서사와 감정은 단순한 등장 인물로서의 기능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도덕적 스펙트럼을 반영하는 거울로 기능할 것이다. 특히 세 명의 소프라노가 표현하는 여성상은 권위와 억압, 복수와 해방, 욕망과 용서라는 테마 아래 각기 다른 감정선을 이끌며 작품의 감정적 볼륨을 키운다.

이 대작은 하나금융그룹, KBS, 한국메세나협회, 에몬스가구, 노루홀딩스, KD chem 등의 적극적 후원 아래 더욱 풍성한 규모로 펼쳐진다. 이번 무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축제이자, 한국 오페라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돈 조반니》는 단지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체험하는 드라마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신은 누구의 편인가?”라고 묻는 철학적 질문이다.
2025년 여름, 당신의 영혼에 불을 지필 무대가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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