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2020-11-23     강지원

 

 

브리튼 리비에르

 

지난번에 한 번 소개한 수용자분의 편지. 나태주 님의 풀꽃3 시를 인용한 지원의 편지 19호를 보고 "저같은 사람에게도 피울 꽃이 있을까요? 질문하십니다. 자기 자신이 참 한심스럽게 느껴진다고,

나이는 50대 후반, 결혼을 안했으니 자식도 없고,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고, 지식도, 지혜도 없고 평생을 담장 안에 있어야 할 처지라고. 거기다 건강 문제까지. 그래도 지원님의 말처럼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말", 믿기 힘든 말이지만 조금 위안이 된다고. 마지막 문장엔 "세상을 등지지 않게, 힘낼 수 있게 기도해달라"고 쓰셨습니다.

아더 존 엘슬리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반려견 아지가 제 옆에 와서 꼬리를 흔들어댑니다. 제가 아는 체를 하지 않으면 제 품에 머리를 들이댑니다. 아지를 쓰다듬어주며 잠시 눈을 맞춥니다. 아지는 가만히 제 눈을 바라다보더니 자리에  벌렁 드러눕습니다. 매일같이 이런 행동을 하는 아지에게도 밥과 간식이 전부가 아닌 듯 합니다. 날마다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걸 보면.

 

자괴감과 절망에 빠진 이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사랑이라고 대답합니다, 단연코 사랑이라고.

 

아더 존 엘슬리

 

반려견조차도 주인의 사랑이 필요한데 하물며 우리는 더 매일매일 순간순간 사랑받아야 합니다.​ 관심과 인정과 존중과 칭찬 속에서 자신이 사랑받는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지어졌고,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심리적 CPR(심폐소생술) :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

 

존재 자체가 주목받지 못해서 생긴 허기와 결핍. 내가 맨몸이었을 때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극진히 보살펴 준 사람은 뼛속에 각인이 된다. 그런 사람을 만나야만 사람은 존재의 근원적 불안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래야 살아갈 힘의 최소한의 안정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직장 생활이든 감옥 생활이든 부자든  빈자든 모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이나 집중을 받은 경험이 적으니 사람들은 아플 수 밖에 없다.

 

당신이 옳다 / 정해신     

 

내면의 허기와 결핍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더 많은 관심과 위로와 존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도 사랑입니다.

우리가 나누어야 할 것도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