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부른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 하면, 자신의 말이 정당한 힘을 가지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
90세를 바라보는 어머니께서 거동이 불편하고 여기저기 통증을 호소하기에 병원에 모시고 다닐 일이 많아졌다. 최근엔 정도가 심하여 서울에서 제법 큰 병원의 5인용 병실에 입원을 시키고 주말을 이용해 이틀 동안 병실에서 꼬박 날밤을 샌 적이 있었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증세에 따라 주치 의사가 정해지고, 병동에는 당직 의사, 병실에는 담당 간호사가 정해지는 것 같다.
일요일 아침, 처음 보는 의사 선생님이 ‘이 병동을 담당하는 당직 의사가 휴가를 가서 본인이 회진을 나왔다’라고 하였다. 때마침 여러 종류의 의료장비들을 부착한 새로운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이송되어 왔다. 그 환자는 제법 병원 생활에 익숙한 듯 보였다. 그 환자가 곧장 간호사를 불러 ‘부착하고 있는 의료기구들을 제거해 달라’고 소리를 치자 갑자기 병실이 시끄러워졌다.
간호사가 ‘주치 의사의 지시가 있어야 떼어낼 수 있다’고 대답하자, 그 환자는 ‘주치 의사를 모셔오라’ 하고, ‘주치 의사가 휴가 중’이라 하니 ‘그럼 당직 의사라도 불러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담당 간호사는 ‘당직 의사는 지금 응급실에서 다른 환자 수술 중이라 올 수 없다’라고 대답하자, 더 큰 소리로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아니 그냥 떼어 줘’ 하며 악을 썼다.
간호사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하며 ’당직 의사가 오시더라도 환자분의 상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지금 부착하고 있는 장비들을 떼어내라 하지 않을 겁니다. 불편해도 조금만 참으세요‘라고 퉁명스럽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그래도 당직 의사를 빨리 불러줘‘ 하고 벌컥 화를 내니, ’그렇게 불편하시면 중환자실에서 떼고 오셨으면 됐잖아요.‘ 라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그러자 그 환자도 여기서 질 수 없다는 듯 화를 내면서 ’이봐, 왜 이렇게 뻣뻣하게 굴어‘ ’왜 이렇게 공손하지 않고 불친절한 거야‘ ’왜 이렇게 싸가지 없게 굴어‘ 하면서 삿대질을 해댔다.
다른 입원 환자와 보호자 누구도 동의서를 써준 적이 없는데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간호사는 ’왜 저에게 화를 내세요?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시키면서 왜 감정적으로 말씀하세요?‘라고 하며 대들었다. 상대를 향한 말들이 갈수록 거칠어질 뿐이었다. 자신이 불편하면 다른 사람도 불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신이 대접받고 싶으면 다른 사람도 대접받고 싶다는 사실을 정말 모를까? 오고 가는 말을 듣고 있자니 ’말은 씨앗이고 품앗이다‘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병원에서처럼, 환자는 치료받기 위해 입원하는 순간 의사와 간호사의 말에 따라야 한다. 본인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안다고 하면서 의사의 의견을 무시할 거면 병원에 찾아올 일도 입원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를 돌보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본인이 의사가 아니면서 당직 의사는 당연히 환자의 상태를 잘 모를 거라고 단정 지어 말을 하였다. 이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권한을 침범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사, 간호사, 환자 모두 불편해진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나 권한을 벗어나 다른 사람의 권리나 권한을 침해하면 침해당하는 당사자는 기분 좋을 리 없다. 침해당하는 사람이 공격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거나 반항을 하게 되면 결국 큰 다툼이 일어나게 된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 하면, 자신의 말이 정당한 힘을 가지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으면서 들어주는 것이 설득과 소통의 기본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인정해줄 때 자신의 권리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찾아줄 때 자신도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자신의 불편함을 앞세워 남의 밥그릇을 차지 말자. 남의 밥그릇을 빼앗아야 내가 잘사는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 욕심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부른다. 아무 곳에서나 사납게 들이대는 ‘나만 잘 되면~’이라는 탐욕의 바퀴벌레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