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해솔 길” 해풍의 길을 따라!
육지와 섬은 다리를 놓아 섬이자 섬이 아니고 육지이지만 육지가 아니며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는 바다 위에 유랑의 섬들을 사슬로 묶듯 이어간다. 오늘이 내일이 되고 내일은 새로운 미래가 된다.
겨울 바닷가 파도 끝에서 불어오는 해풍은 매서운 한기를 몰고 달려들어 양 볼을 시리게 했다. 바닷바람과 솔향기 가득한 해안가 길들은 도시의 사람들이 몰려오기 그 이전부터 바다와 해풍이 불어와 바람 골이 길이 되고 풀과 나무가 길을 만들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바다를 향해 진군하던 숲은 파도와 바람에 몸을 낮추어 바다 속으로 내려앉아 자진했고 숲의 나무들은 오랜 세월 풍화를 견디어 내는 방법으로 가지를 바다의 반대 방향으로 뻗어 해풍에 순응하고 바다에 잇대어 사는 법을 배웠다.
썰물이 밀어낸 겨울의 갯벌은 드넓고 썰렁하고 헐거웠다. 갯벌은 언덕에서 멀리 물러나 아득하고 갯가에 가까이 인접한 바다는 검은빛을 띠고 있고 벌과 조금 멀리 물러나 앉아 있는 바다는 근해에서 밀려오는 바람을 타고 맑은 물거품으로 뒤집혀 파도를 만들며 벌 가까이 바위를 향해 끝없이 밀려오고 물러나길 거듭한다.
정작 시야에서 가장 멀리 물러난 수평선은 아스라한 근해의 바다로 푸른빛으로 일렁이고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며 아른거린다.
파랗게 부서지는 빛들의 파장 끝에는 울긋불긋한 깃발을 세우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바다를 유영하는 어선은 조업이 한창이다.
근해의 바다에서 조업하는 1t에서 1.5t짜리 배들은 파도의 한 자락만도 못하게 출렁이고 일렁이며 생선의 비늘처럼 반짝여 빛은 잘게 부서지고 배는 해수면 위에 보일락 말락 떠 있다.
망망한 바다 위에 표류하는 존재는 언제나 허름하고 위태로우며 바다는 넓고 어선의 존재는 너무나 왜소하고 슬프다. 한 점 일엽편주는 등대를 향해 끝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거나 스스로 독립적인 개체로서의 존재가 잊히지 않도록 해안가 포구로 생존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100t 이상 되는 트롤선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출어를 알리는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바다로 나아갈 때면 넓고 거친 바다의 파도는 고요히 춤추는 바다 새의 날갯짓처럼 부드럽다.
육지와 섬은 다리를 놓아 섬이자 섬이 아니고 육지 이지만 육지가 아니며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는 바다 위에 유랑의 섬들을 사슬로 묶듯 이어간다.
대부도와 선재도를 지나 용유도를 하나로 묶어 육지로 편입을 하고 시흥시 정왕동과 안산시 대부 동을 연결하는 시화방조제가 개통되면서 대부도는 섬이라는 기억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근해의 크고 작은 섬은 섬이 아닌 섬이 되어가고 하늘을 찌를 듯 대교의 첨탑들은 위용을 자랑한다. 섬 위의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전깃줄은 아득한 하늘 위에서 바다를 가로지르며 육지와 소통을 한다. 그래도 섬의 끝자락에는 빨간색 등대가 자신만의 빛의 신호를 반짝이며 원양에서 돌아오는 대형 선박이던 근해의 어선을 가리지 않고 비린내 물씬 풍기는 포구로 길 안내를 한다.
차가운 겨울날의 포구는 을씨년스럽고 갈매기는 뱃전을 맴돌며 끼룩거린다. 포구 연안의 방파제 위에는 직접 배를 타고 나가 횟감을 잡아 온다는 의미로 자신들의 배이름인 청진호, 서해호, 동진호 등의 간판을 비닐 천막에 달고 있는 포장마차식의 허름한 횟집들이 즐비하다.
횟집 화덕의 굴뚝은 검은 연기를 연신 뿜어대고 장작은 타 닥 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화덕에는 석굴이 구수한 향을 풍기며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다. 메케한 연기를 하늘 위로 날려가며 소주를 마시고 있는 초로의 중년들이 모여앉아 왁자지껄 즐겁고 돌아가는 한 잔술에 불콰한 무용담으로 취해간다.
한 줌 햇살이 창가를 두드리며 하루가 밝아온다. 하루는 오늘의 희망이고 내가 일구어야 할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이 내일이 되고 내일은 새로운 미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