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마니산”의 정기를 받아서
고려항쟁의 역사와 구한말 한양의 관문으로 끝없이 외세의 침략과 맞서 싸우던 강화 마니산 첨성단 위에 기를 모아 힘의 절정을 이룬다
민족의 영산인 강화 마니산(472.1m)으로 달려가는 시간은 설렘과 뿌듯함으로 벅차오르고 태고의 신화가 밝은 기운으로 태동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새벽에 소리 없이 내린 가을비로 인해 도시의 가로수가 붉은 단풍을 아로새기며 나무 밑에 낙엽이 소담스럽게 쌓여 이리저리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고 있다. 촉촉이 비에 젖은 도로를 따라 버스는 도시를 빠르게 빠져나간다.
김포와 강화 들판은 추수가 끝난 빈들로 쓸쓸히 성글어 있고 황량하고 넓은 벌판에는 한가로운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해안가 습지가 물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 습지를 점령한 갈대들은 출렁이고 일렁이며 바람을 탄다.
고려항쟁의 역사와 구한말 한양의 관문으로 끝없이 외세의 침략과 맞서 싸우던 강화 땅에 입성하여 화도초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한다. 마니산의 품속에 깃들어 있는 화도초등학교는 마니산의 정기를 가득 품어 아늑하고 정갈하며 고요했고 그곳에 뛰노는 초동들의 모습은 힘차고 흥겨웠다.
마니산의 영기서린 기운을 받으며 단풍이 바람에 몸을 실어 흩어지는 단군로 이정표를 바라보며 언덕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오른다. 계곡은 맑고 계곡 위에 소복하게 떨어져 쌓인 낙엽은 가을의 정취가 흠뻑 느끼기에 충분하다.
민족의 영산 백두에서 발원하여 금강산을 휘돌아 태백에서 그 기운을 힘차게 뻗어내려 한강의 젖줄인 검룡소를 잉태하고, 힘찬 기상으로 백두대간을 휘몰아 서쪽의 끝자락인 마니산 첨성단 위에 기를 모아 힘의 절정을 이룬다.
마니산에서 힘을 실어 발원한 기의 여세를 몰아 태극의 문양을 이루며 진안의 마이산을 감싸며 한반도의 기운은 세차게 지리산으로 흘러 남해를 거쳐 힘의 정점을 한라에서 응집하니 그 힘의 중심인 마니산의 정기가 실로 대단하다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문신 서영보의 첨성단의 시문이 아름답다.
“만길 현모 한 제단은 푸른 하늘에 닿았고
소슬바람 은근한 기운이 내 마음을 밝게 해주네
망연히 앉아 나의 견문이 좁았음을 생각하느니
눈 아래 우리 강산이 평안하구나”
마니산은 힘차며 기품이 있고 기운이 펄럭인다. 정상에서 함허동천으로 이어지는 줄기는 공룡의 능선을 닮았고 서해의 아득한 갯벌은 길게 바다를 물렸다 당겼다 하며 넓은 어머님의 가슴처럼 포근하다.
산의 기운과 서해의 기운이 함께 어우러지는 민족의 영산이 깊어 가는 가을로 아름답고 임진강이 흘러 바다로 어우러지며 떨어지는 낙조가 빨간 능금처럼 익어가며 그윽하게 붉은 하루가 저물어 간다.
노을이 떠나고 난 자리 뒤로 어둠이 내리며 깊어 가는 가을날에 가을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비가 그치고 나면 겨울의 문턱으로 한발 다가갈 것 같다.
마음이 따듯할 수 있는 겨울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