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알면 삶이 보인다.

‘인생노트’에 나를 있는 그대로 투영해보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

2022-10-27     임춘식

 

흔히 일반인들은 회고록이나 자서전 그리고 인생기록이란 유명 인사나 정치가 예술가 등만이 작성하는 걸로 알고 있다. 주로 잘 나가는 명사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호기심으로 읽으면 누구나 쉽게 감동을 받는다.

모든 인생은 다 소중하다. 유명 인사라 해서 그 인생이 더 엄청난 것은 없고, 이름 없는 민초라 해서 그 인생이 보잘 것 없을까?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또 비교될 수도 없는 나만의 인생기록, 그것은 각자 우리 모두에게 더할 수 없는 보물이지 않을까?

’인생노트’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게 하고. 이를 통하여 앞으로 남은 인생을 재설계하여 새로운 삶을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세상과의 이별에 대비하여 남겨진 가족, 친구 등 지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여러 가지 사항을 노트 형식으로 기록하였다가 임종 전에 가족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작성하는 노트라고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개인의 삶은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허나 아무리 귀하다 해도 그것이 기록으로 남지 않으면 그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을 것이며 설령 그것이 누구에게 기억이 되든 안 되든 관계없이 일정하게 기록으로 남지 않으면 사라질 뿐, 그뿐인 것이다.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더라도 삶의 흔적을 기록해서 자신만의 인생 노트를 만들어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훗날 자식들이, 아내나 남편이, 친척들이 친구들이 혹은 후배들이 나의 인생을 무엇으로 기억할지를 생각해 보자. 물론 그런 취지로 자신의 인생기록을 남겼다 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봐주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 모든 게 부질없는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작가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많은 돈을 벌고 싶고, 명예를 얻고 싶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만큼은 성공적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성공을 꿈꾸지만 정작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느라고 열심히 했는데 되는 일 없고, 엉뚱한 사람이 성공의 열매를 채가는 것 같아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조건은 비슷한데 어떤 사람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어떤 사람은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성공의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을 알고 있다. 쪽박 인생을 대박 인생으로 바꾼 사람들을 알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그 답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다.

남들이 절망과 좌절과 두려움의 패를 쥐고 허우적거릴 때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거기서 희망과 도약의 패를 찾아낸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인생노트’에 나를 있는 그대로 투영해보자. 거기에서 성공의 키워드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죽음을 알면 삶이 보인다.’ 는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잘 살아온 것만큼이나 죽음을 의미 있고 존엄하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에 인생노트 작성은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누구나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온 삶에 대한 정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가족들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여 기록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나온 삶을 차분하게 회상하면서 정리하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중요한 갈림길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 좌절일 것이고 가족을 회상하면서 기록하다 보면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주지 말아야 했던 마음의 상처, 그리고 먼저 떠나보낸 이의 그리움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도 삶의 과정이고, 인생에 있어서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살아온 삶이 자신이 중심이 되어 살았다면 새로운 삶은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가까운 친족, 이웃, 친구 등 소중한 인연들,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꺼져가는 생명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등 주위를 돌아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메모리얼 노트가 도와 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란 한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일생 수많은 사람과 소중한 인연을 맺고 살아가다가 현세와 이별을 하는 마지막 순간이다. 고인의 입장에서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나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이고, 또한 고인을 보내는 입장에서는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보낸 이별의 아쉬움과 아픔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 사랑하는 가족에게 못다 한 이야기와 남기고 싶은 메시지, 그리고 자신이 의식불명 상태가 왔을 때 간병, 말기치료, 또한 죽은 후에 장례방법, 재산상속, 사후처리 등 여러 가지 자신의 생각을 미리 기록해 둠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뜻을 실현할 수 있고, 또한 남겨진 가족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는데 이 메모리얼 노트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환이나 숙환에 의한 사망이라 할지라도 정작 죽음이란 순간은 급박하게 오는 것이고, 특히 사고사의 경우에는 죽음 자체를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현대사회는 급속한 핵가족화에 따라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임종 순간을 지켜보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사람들에게 못다 한 이야기 또는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이고, 또한 고인을 보내는 입장에서 보면 임종의 순간을 지켜보지도 못하고,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 이별의 아쉬움과 아픔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인생노트를 보면 사는 데도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죽는데도 그 못지않은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끼고 사랑한 사람이 몇이며 떠나기 전에 꼭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을 떠날 때 뭐가 얼마만큼 남을지, 혹시 남는 게 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늙고 병들어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을 때 가족과 의료진이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내가 죽은 다음 남은 육신은 어찌 처리하게 해야 하지, 내 스스로 판단하고 내가 원하는 그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면 그것에 맞게 준비해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