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서구 열강의 각축장 정동길
서울시의 ‘걷고 싶은 거리 1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구한말 정동길 주변은 대한제국의 경운궁과 인접한 관계로 서구 열강의 패권 다툼이 치열하게 격동 쳤던 역사의 공간이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열강들은 조선을 비롯하여 동북아의 주도권 차지를 위해 정동을 중심으로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공사관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일본 공사관은 이곳에 끼지 못하고 서대문 밖 청수장에 자리하였다는 점은 의아하다.
정동 일대에서 유일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한양도성은 옛 프랑스 공사관이 있던 데로서 현재 창덕여자중학교 자리이다. 성벽 위를 눌러앉았던 담장 일부를 교내로 후퇴하면서 최근에 성벽 형태의 일부가 드러남에 따라 느낌도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다. 이 구간은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농협 후문과 학교 사이의 후미진 곳에 감춰진 모습이 드러났던 과정을 안내판으로 담아놓았다. 가로 100㎝ 넘게 긴 것은 15세기 성돌이며, 60㎝ 내외 정방형 돌은 18~19세기 것이라는 내용이다.
구한말 비운으로 얼룩진 정동을 떠올리면 속상함이 가슴을 적시지만, 과거의 기억에 머물기보다 오늘의 모습들이 미래에서 그리워하는 추억 어린 정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일까 정동은 우리 삶의 한구석을 이미 아름답게 차지하고 있다. 한 많은 역사를 간직한 정동에는 코로나 형국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생기가 돋아나고 문화의 향기로 가득하다. 정동길은 서울시의 ‘걷고 싶은 거리 1호’가 되고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을 만큼 미래 세대에게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남고자 역사가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다. 역사적 정취와 낭만이 일렁이는 곧바른 정동길을 유유자적하며 역사의 뒤안길을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