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강을 품다!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은 풀 향기로 가득해 영혼을 맑게 정화를 시킨다.
처서를 지나 한여름의 끝자락으로 치달아 가을의 초입인 하늘은 솜사탕 같은 구름 사이로 푸르고 높았으며 마음은 이미 오대산 소금강으로 달려간다.
진 고개 넘어 펼쳐진 봉우리가 첩첩산중 길게 음영을 드리우고 멀리 바라다 보이는 오대산 정상은 구름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백두 준령을 넘어 남으로 내려와 갈래 뻗어 내린 웅장한 태백의 산세는 설악과 오대산 줄기에 잇대어 산맥의 동쪽 기슭에 하늘과 바람과 흙으로 기암의 계곡과 물길을 내어 대한민국 명승 1호 명주 청학동 소금강을 빗어 놓았다.
율곡 이이의 눈에 비친 오대산의 골짜기는 감동 그 자체였고 무릉도원이었으며 율곡 이이는 이곳을 소금강이라 칭하였다.
천에의 비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산맥과 산세를 이루는 기암과 폭포 바위틈에서 천년의 세월을 버티어 낸 노송은 수묵의 일필휘지로 흐르며 소금강 골짜기로 떨어져 내리다 굽어 돌고 노인봉으로 이어지는 계곡은 맑고 깊었으며 물은 달고 시원하다.
계곡에 발을 담그자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는 한여름의 불볕더위를 무색하게 만들었고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은 풀 향기로 가득해 영혼을 맑게 정화를 시킨다.
무릉계곡 깊은 골을 흐르는 물길은 선녀탕 아래 구룡폭포를 이루고 세심폭포 대왕폭포로 물줄기가 스며들어 물안개를 피워내며 떨어져 내린다.
옥루빛 물줄기가 십자소에서 소용돌이치다 잠시 머물러 연화담에 이르러 맑고 푸른 연꽃으로 피어오른다.
널찍하고 평평한 바위가 커다란 물줄기를 바꾸어 흐르게 한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이들 마의태자가 국운의 아픔을 삼키며 군사들과 숨어들어와 이곳 바위에서 밥을 지어 먹었다고 해서 식당암이라 한다.
태자는 목이 메어 밥이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고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에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려보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힘없는 국력은 그곳 백성들의 삶을 척박하게 만든다는 생각에 이르러 태자의 그림자를 밟고 서 있는 것처럼 가슴이 뭉클하다.
화엄의 깊은 세상을 향해 금강사 비구니의 독경 소리는 산사의 숲으로 고요히 젖어 들어 길을 가는 나그네의 심경을 울린다.
계곡 능선을 따라 좌측으로는 천마봉이 우측으로는 백마봉이 우뚝 솟아 있으며 천마와 백마의 힘찬 기상 사이로 흐르는 계곡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힘차게 동해로 흐르며 오대산의 정기가 시리도록 가슴 깊이 스며든다.
소금강을 뒤로하고 떠나가는 길손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하는 진고개 정상에는 무심한 안개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